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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회담 앞두고 푸틴, 김정은에게 전화…전쟁 이후 러시아의 구상 설명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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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8-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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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북한 매체가 13일 공개했다. 북한이 최고 지도자가 타국 정상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러 간 밀착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러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등을 둘러싼 사안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전화 대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취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데 대해 굳게 확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 정상은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며 “접촉을 더욱 긴밀히 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북한 매체가 최고 지도자의 외국 정상과 회담이나 서신 교환 외에 전화 통화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러 정상회담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크렘린궁은 1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독립국가연합(CIS) 국가의 정상 등 우방국 지도자들에게도 연락했다.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채 이뤄지는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는 3년 6개월간 지속해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또는 종전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하는 과정에서 제공한 지원, 이 과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이 보여준 용기, 영웅주의, 그리고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또 북·러 조약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두 정상의 “개인적인 접촉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전 휴전 또는 종전 협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휴전 또는 종전 협상 시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 있는 북한군 철수 문제와 전후 복구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에 1만4000명을 파병했고, 지난 6월에는 공병과 건설 노동자 6000명을 추가 파병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쟁을 함께 치른 주체로서 일종의 전리품을 나누는 논의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을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러·우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거리를 둘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약소국을 배제하고 강대국 간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게 트럼프식 외교”라며 “러시아와 멀어지지 않으려는 북한의 불안감이 읽힌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러시아가 ‘북한 패싱은 없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김 위원장과 현재 가장 가까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향한 북한의 청구서를 대신 받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대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이 밖에 북·러 매체가 ‘접촉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점을 두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경찰이 러닝 중인 여성을 노린 괴롭힘·성희롱 범죄가 급증하자 운동복 차림으로 위장한 여성 경찰관을 투입했다. 이 잠복 작전으로 한 달 만에 18명이 현장에서 검거됐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서리주 경찰이 최근 러닝 복장과 장비를 착용한 여성 경찰관을 성희롱이 빈번히 발생하는 시간대와 장소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여성 경찰관이 괴롭힘 다발 지역에서 러닝을 하다가 사건이 발생하면, 인근에 대기 중인 전문 대응팀이 즉시 투입해 체포하는 방식이다.
잠복 수사에 동행한 LBC라디오 보도에 따르면 투입된 여성 경찰관 두 명은 시작 10분 만에 대형 트럭 운전자로부터 경적과 성희롱성 손짓을 받았고, 불과 30초 뒤 또 다른 차량이 서행하며 비슷한 행동을 했다.
잠복 순찰에 참여한 애비 헤이워드 순경은 “경적을 울리거나 속도를 줄이고 쳐다보거나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위는 너무 흔하다”며 “명백한 괴롭힘이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행동은 더 심각한 범죄의 전조이거나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며 “전자는 재범을 막고 후자는 잘못을 알게 해 교정하는 것이 개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 책임자인 존 베일 경감은 “단순히 쳐다보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가 항상 범죄는 아니더라도, 여성들이 달리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며 “초기에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리 경찰은 이번 조치가 야간 유흥가에서 성범죄 우려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사복 경찰관을 배치해온 기존 활동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런던 경찰은 여성 러닝클럽 회원들의 괴롭힘 피해에 대응해 경찰관이 동행하는 ‘버디 시스템’을 운영한 바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에 따르면 영국 북서부 여성 러너의 3분의 2 이상이 위협, 언어폭력, 물건 투척 등 괴롭힘을 경험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이를 ‘일상적 사건’으로 여기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스포츠잉글랜드 조사에 따르면 영국 여성의 약 4분의 3이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안전 우려로 운동 시간을 낮으로 옮기거나 횟수를 줄이는 등 운동 일정을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구속되면서 지난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로 발표한 서울중앙지검의 처지가 군색해졌다. 민중기 특검팀이 10개월만에 이 결론은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증권시장의 거래질서를 심대하게 교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기존 검찰 수사팀과 달리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다. 2009년부터 3년간 진행된 김 여사와 미래에셋증권 직원 간 통화 녹취록에는 ‘계좌 관리자(블랙펄인베스트) 측에 40%에 이르는 고율의 수익금을 줘야 한다’ 등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정황이 담겼다. 이 녹취는 증권사 서버에 저장돼 있었는데 기존 수사팀은 이 사건을 4년6개월 동안 수사하면서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또 특검은 1차 주가조작 시기가 죄를 물을 수 없게 된 시점의 일이라고 해도 ‘1차 주포자로부터 받은 손실보전금 4700만원’을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정황으로 봤다.
특검에서 주요하게 본 또 다른 증거는 김 여사의 차명계좌다. 특검은 김 여사가 그의 측근인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차명으로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하고 별도의 수익을 거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콘텐츠에서 2011년 사내이사로 일했다. 김 여사가 차명계좌를 이용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 증거도 기존 수사팀은 확보하지 못했다.
기존 수사팀에 대한 책임론은 이미 이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질 때부터 예견됐다. 지난해 10월 중앙지검이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뒤 ‘봐주기 수사’ 논란이 거세졌다. 수사팀은 김 여사를 단 한 차례 불러 조사했는데, 그마저도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조사했다. 김 여사가 “모른다” “기억 안 난다”고만 했던 진술을 수긍해 김 여사를 ‘일반투자자’라고 결론지었다.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핵심 인물들에 대한 재조사도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서울고검이 재기수사를 결정하자 사실상 검찰이 기존 수사팀의 수사를 ‘특혜·봐주기’였다고 자인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으로 김 여사가 구속되면서 기존 수사팀을 향한 책임론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4년6개월 동안 핵심 증거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점이 실제 드러난 만큼 수사미비 책임이 제기된다. 김 여사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다면 기존 수사팀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등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직권을 남용하는 등 수사를 고의로 지연·은폐하거나 비호’ 했다면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돼 있다.
전북의 전통문화와 케이팝이 세계 각국 청소년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전북도는 1일부터 14일까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도내 일원에서 ‘K-POP 아카데미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업은 국제케이팝학교 설립을 위한 첫 실험 무대다.
13일 전북도에 따르면 이번 아카데미에는 50개국 558명이 지원했으며 서류와 실기 평가를 거쳐 9개국 20명이 최종 선발됐다. 일본, 태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온 10대·20대 청년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참가자들은 전주에 도착한 첫날 전주한옥마을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골목을 거닐며 한국의 멋을 만끽했다. 이어 완주 아원고택에서는 판소리와 다도를 체험하고, 부안 비치펍에서는 아카데미에서 익힌 케이팝 댄스를 무대에 올렸다.
교육 과정은 맞춤형 보컬·댄스 수업을 중심으로 한국어, 뷰티, 드라마 등 K-컬처 전반을 아우르도록 구성됐다. 오전에는 발성과 안무, 오후에는 한글 자모 연습과 한국 화장법 실습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날 열릴 발표회를 위해 커버곡과 신곡 안무를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온 베로니카는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며 “케이팝을 좋아하고, 한국에서 가수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전북도청 잔디광장에서는 ‘K-POP 어깨춤 챌린지’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9개국 언어로 “전북 전주, 세계에서 가장 멋진 문화올림픽이 시작됩니다”를 외쳤고, 현장 시민들도 어깨춤으로 화답했다.
전북도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국제케이팝학교 설립의 필요성과 타당성, 교육과정, 학생 모집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운영 방향을 구체화하고 해외 청소년 유치와 지역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특히 도가 유치하려는 ‘문화올림픽’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관광객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정석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북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K-컬처의 중심지”라며 “이번 아카데미가 세계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제케이팝학교 설립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또 뭘 먹나. 짜장면? 샌드위치? 초밥? 김밥? 파스타? 덮밥? 다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밥’이다.
집에서 한식을 만들어보자. 쌀을 꺼내 물에 슬슬 씻고 쌀뜨물은 따로 냄비에 받아 놓는다. 냉동실에서 물에 불린 다음 얼려놓았던 서리태를 꺼내 쌀 위에 올리고 취사를 시작한다. 냄비에 받은 쌀뜨물에 마른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그사이 감자를 네 개 꺼내 물에 씻고 껍질을 깎아 찬물에 담가 전분을 뺀다. 다른 냄비에 물을 받아 끓인 후 어묵 4장을 데친다. “앗, 뜨, 뜨거” 뜨거운 물에 한 번 데는 건 당연한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데친 어묵을 채 썰고 당근, 양파도 꺼내 껍질을 벗긴다. 감자조림 차례다. 냄비에 간장, 설탕을 풀어주고 깍뚝 썬 감자를 넣은 뒤 물을 자작하게 넣어 불에 올린다. 다시 배추된장국으로 돌아간다. 아까 멸치 육수를 끓이던 냄비에 된장을 잘 풀어준다.
슬슬 헛갈리기 시작한다. 이제 뭐 할 차례더라? 감자조림? 감자조림 불을 약하게 조절한다. 지금쯤 싱크대를 한 번 치워야 나중에 고통이 적다. 감자와 당근, 양파 껍질을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넣고 1차로 설거지를 한다. 보글보글, 된장국이 한 번 끓어오르면 배추를 손으로 뜯어 넣어주고 뚜껑을 덮는다. 밥솥이 “잠시 후 증기가 배출됩니다” 하고 친절히 알려주어 잽싸게 피한다. 치익?? 뜨거운 증기가 밥솥에서 피어오른다. 밥은 OK. 감자조림은 다 되어가나? 젓가락을 찔러 넣어본다. 아직 턱도 없이 딱딱하다. 잠시 휴대폰이나 볼까.
“아악!” 깜빡 10분이 흘러버렸다. 배추된장국은 부르르 넘어 가스레인지를 더럽혔고, 감자조림은 바닥이 탔다. 생각해 보니 어묵볶음은 아직 하지도 못했다. 나에게 남은 건 밥과 얼마 안 되는 양의 배추된장국, 바닥이 탄 감자조림뿐이다. 근데 설거지와 음식물쓰레기는 산더미같이 나왔다. 열 받는다. 이게 맞아?
엄마들은 이 많은 노동을 어떻게 매일 했을까? 그러고도 그걸 당연한 줄 알았을까? 갑자기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가 피어오른다. 밥 한 번 더 했다가는 제명에 살지 못할 것이다. 들어가는 노동에 비해 백반은 너무 싸다. 반찬도 많고 설거지거리도 많은데 말이다. 백반은 허름한 곳에서 싸게 때우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인가? 이러다 보니 점점 백반 장사하려는 사람이 줄어든다.
한식의 종말이 가까워지는 걸까? 사실상 한식은 헐값으로 책정한 여성들의 노동력으로 유지되어 왔다. 하루종일 불 앞에서 일하고도 ‘놀면 뭐하냐’며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기고 콩나물을 다듬던 여성들 덕분에 그동안 한식을 싸게 먹을 수 있었던 거다.
전국적으로 백반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대신 늘어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한식뷔페다. 이름은 ‘뷔페’지만 애슐리나 쿠우쿠우 같은 프랜차이즈 뷔페와는 다르다.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자연별곡, CJ의 계절밥상 같은 브랜드 한식뷔페와도 다르다. (참고로 브랜드 한식뷔페는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급감해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다.) 내가 오늘 얘기할 한식뷔페는 사실상 구내식당이나 함바집, 또는 형태를 바꾼 백반집에 가깝다.
‘백반집의 DNA를 계승한 한식뷔페집’을 관찰해보자. 일단 밖에서는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매장 유리에는 두꺼운 시트지가 성인 키 높이만큼 문에 붙어 있는 곳이 많다. 그 위에는 ‘한식뷔페 성인 10,000원’이라는 글씨가 궁서체나 고딕체로 큼지막하게 박혀 있고 먹음직스러운 한식 한 상 사진도 붙어 있다. (가게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닌 업체에서 제공한 일괄적인 사진으로 보인다.) 간판에는 보통 눈에 띄는 노란색과 빨간색을 많이 쓴다. 이가네 한식뷔페, 뚱이네 한식뷔페같이 이름을 사용한 상호가 있고 큰손 한식뷔페, 엄마손 한식뷔페처럼 푸짐함을 강조한 상호가 있다. 또는 역촌 한식뷔페, 서오릉 한식뷔페 하는 식으로 지역 이름을 쓴 상호도 있다. 서초구에는 ‘부정부페(父情buffet)’라는 기묘한 이름의 한식뷔페도 있다는 소문이다.
가격은 싸면 8000원, 비싸도 1만원이다. 식권 구매도 가능해서 한꺼번에 20장 이상을 사면 좀 더 저렴하다.
한식뷔페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뷔페들처럼 조명이 밝지 않다. 낮에 들어가도 약간 어둡다는 느낌이 든다. 선풍기가 계절에 상관없이 늘 돌아가고 있고, 벽면에 붙여 놓은 기다란 테이블엔 커다란 밥통과 국통이, 가운데에는 열몇 가지의 반찬통이 놓여 있다. 테이블이나 의자는 일절 멋 부린 것이 없으며 보통 가장 저렴한 것이다. 앞쪽에는 큰 접시와 국그릇, 숟가락과 젓가락이 직접 챙기도록 놓여 있다.
벽에는 ‘드실 만큼만 덜어주세요’ ‘음식을 남기면 환경부담금 5000원’ 같은 뷔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림문이 있다. 그리고 ‘백반집의 DNA를 계승한 한식뷔페집’만의 규칙 ‘접시는 1인 1개만 사용해 주세요’도 적혀 있다. 보통 뷔페에서는 한 접시를 다 먹고 나면 새 접시를 꺼내 음식을 다시 퍼온다. 하지만 1인 1만원 이하의 한식뷔페에서는 되도록 한 사람당 큰 접시 하나, 국그릇 하나만 쓰는 게 암묵적 규칙이다.
홀에 있는 직원은 많아도 두세 명을 넘지 않는다. 이들의 움직임은 ‘빠르다’는 말로 표현이 부족하다. 만화에서처럼 몸 뒤에 속도선을 그려넣어야 할 움직임이다. 이들은 떨어진 음식을 재빨리 채워 넣고 사람들이 잔반통에 가져다 놓은 그릇을 정리한다. 그러다 계산할 사람이 있으면 계산도 해주는 멀티플레이어다.
나도 접시를 들고 본격적으로 출정한다. 밥은 보통 두 가지로 쌀밥과 잡곡밥이다. 규모가 작은 곳은 쌀밥만 있다. 국은 싫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우거짓국이나 미역국이 있다. 메인반찬이 한두 가지 있는데 99%의 확률로 제육볶음이다. 옆에는 알배추나 상추도 놓여 있다. 이걸 제육볶음과 싸먹으면 얼마나 끝내줄까! 생선조림이나 구이도 한두 가지 있고, 이외에는 밑반찬이다. 콩나물무침, 소시지야채볶음, 미역줄기볶음, 가지나물, 어묵볶음, 멸치볶음 등의 호불호가 적은 반찬과 배추김치, 깻잎김치, 깍두기 등의 김치 여러 종이 있다.
한 접시 가득 떠왔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해치울 시간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의외로 조용하다. 배경음악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다. 밥 먹는 걸 방해하는 요소를 모두 제거한 건가? 덕분에 다들 밥을 먹는 건가 마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해치운다. 휴대폰을 보며 밥 먹는 사람도 거의 없다. 모두가 밥에 집중한다. 난 아직 퍼온 것의 반도 못 먹었는데 양옆 테이블에 있던 넥타이 아저씨 무리는 이미 이를 쑤시며 나가고 있다. 조금씩 맛볼 것을 가지고 와 천천히 먹는 일반 뷔페들과 완전히 다르다.
새로 옆 테이블에 앉은 기사님이 밥을 먹으며 전화를 받는다. 회색 조끼에는 에어컨 브랜드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에어컨이 고장 나셨다고요? 모델명 혹시 아세요?” 그러고 보니 아까 들어올 때 가게 앞에 트럭이 3대가 주차된 것을 봤다. 가게에 뭐가 고장 났나? 했는데 그분들도 그냥 밥을 먹으러 온 거였다.
차랑-. 입구 문 위에 달린 벨이 쉴 새 없이 울린다. 동네 토박이 같은 백발의 할머니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섯 명이나 된다. 그중 ‘GUCIC’라는 글씨가 새겨진 화려한 셔츠를 입은 할머니가 “오늘은 내가 쏜다!”라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5만원짜리를 꺼내 흔들자,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진다.
내 건너편 테이블엔 가슴이 훤히 보이게 겨드랑이가 푹 파인 민소매를 입은 건장한 남성이 새로 앉았다. 두툼한 팔뚝이나 운동복으로 보아 누가 봐도 헬스트레이너다. ‘탄수화물은 안 먹겠지?’라고 생각하며 테이블을 흘낏 구경하니 뜻밖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한 그릇이 있다. (대부분의 한식뷔페에서는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 요청하면 주방에서 끓여주는 곳도 있다.) 암암, 라면은 인정이지.
페인트가 잔뜩 튄 카고바지를 입은 노년의 노동자분과 머리가 곱슬인 이주노동자가 마주 보고 앉은 테이블도 있다. 이 둘도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밥을 먹고 있다. 한국 생활을 오래 했는지 둘의 밥상은 거의 차이가 없다. 두 사람의 작업화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지만, 식당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갑자기 문을 열고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서넛 들어온다. 밥을 먹다 놀라서 쳐다보니 나 말고는 아무도 놀라는 사람이 없다. ‘뭔 일 났나?’ 뭔 일이 나긴 났다. 배고픈 건 큰일이니 말이다. 자리를 잡자마자 능숙하게 접시를 집어 들고 밥 위에 제육볶음을 수북이 올리는 모습이 친근하다.
하긴 한식뷔페에는 그 누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나라님이 와도 1인 1접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온들 접시를 마구 쓰면 질타를 받을 것이다. 한식뷔페는 밥을 먹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말이다.
옛날엔 누가 나에게 밥을 주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때가 되면 밥이 있었다. “밥 먹어라!” 소리가 들리면 밥을 먹으면 됐다. 어른이 된 지금은 단 한 끼도 내 의지 없이는 입에 들어오지 않는다. 밥을 사 먹으러 가거나, 배달시켜 먹거나, 내가 해서 먹거나. 뭐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식뷔페는 그 결정을 쉽게 만들어준다. 감사하다. 내가 먼지투성이든지 땀을 진탕 흘렸든지 어떤 모습으로 가도 한식뷔페는 묵묵히 나를 맞이해준다. 여기는 내가 대접받는 곳도 서비스를 받는 곳도 아니다. 그들은 밥을 주고, 나는 감사히 먹는다.
배고파 들어와서 배불러 나간다. 이만하면 충만한 한 끼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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