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방 [국가대표 AI 도전자들③] 조동연·김태윤 SK텔레콤 부사장 “쓰기 편한 AI는 저희가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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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8-15 20:36본문
초유의 해킹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SK텔레콤이 ‘국가대표 인공지능(AI)’ 개발 5개 팀에 들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2200만명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주축인 팀이어서일까.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쓰기 편한’ AI 모델을 강조하면서 이를 뒷받침 할 기술력과 노하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7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사무실에서 조동연 이노베이티브 모델 담당(부사장·50)을 만나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에 임하는 각오를 들었다. 컨소시엄을 총괄하는 김태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부사장·51)에게는 서면 답변을 추가로 받았다.
“저희는 어느날 갑자기 AI 모델 개발을 하게 된 게 아니에요. 그랬다면 다섯 팀 안에 없었겠죠.” (조 부사장)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들의 AI 연구엔 나름의 역사가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GPT 쇼크’였다. GPT3(챗GPT 기반이 된 AI 모델)가 세상에 나오고 2년 후인 2022년 자체 AI 모델 에이닷엑스(A.X)를 선보였다. 에이닷엑스가 ‘핵심 엔진’인 AI 통화비서 ‘에이닷’은 통화요약 기능이 널리 알려져 최근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다수 시민에게 친숙한 AI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컸다.
“인공지능 성능지표(벤치마크)에서 ‘우리가 어디를 이겼어요’ 하는 것과 ‘써 보니 좋더라’ 하는 얘기를 듣는 건 별개입니다. 저희는 일상에서 유용한 AI 모델을 만들겠습니다.”(김 부사장)
사실 업계에선 이들의 ‘본선행’이 의외라는 반응도 적잖았다. ‘에이닷엑스 3.1’은 기초부터 설계한 편에 속하지만 이보다 성능이 더 좋은 ‘에이닷엑스 4.0’은 중국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원(Qwen)’을 조정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은 “(큐원 모델을) 그냥 가져와서 썼다고 생각하는데 앞서 학습시킨 걸 잊어버리지 않게 하면서 다시 학습을 시키는 것도 어려운 기술”이라며 “(자체 개발과 외부 모델 조정 등) 투 트랙을 해온 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첨단 기술을 내재화하는 노력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야심찬 목표로 이어졌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AI 모델은 대부분 ‘트랜스포머’라는 인공신경망 구조에 바탕하고 있다. ‘생성형 AI’ 하면 떠오르는 챗GPT 뜻 자체가 ‘대화를(Chat) 생성하는(Gegerative) 사전 학습된(Pre-trained) 트랜스포머(Transformer)’다. 해외 빅테크들이 성능을 더 끌어올린 차세대 구조를 연구하고 있지만 대규모로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찾기 힘들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트랜스포머’에 도전해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 심사 때 “진짜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서울대·카이스트 연구진과 합심하겠다는 전략이 심사위원들을 설득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AI 모델이 꼭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엔 “국내 서비스 환경과 산업 특성에 맞추려면 처음부터 우리 요구사항이 깊이 반영된 모델이 필요하다”(조 부사장)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부사장은 실용적인 답변도 덧붙였다. “에이닷으로 하루 5000만 콜까지 처리하는데 외부 모델로는 연간 수백억원을 감당해야 합니다. 비용 면에서도 자체 기술이 필요합니다.”
‘국내 AI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층위의 AI 기업을 모은 점도 눈에 띈다. AI 반도체 제작사 ‘리벨리온’, 전문정보 검색으로 호평을 받는 AI 에이전트 ‘라이너’, 게임 특화 AI 기술을 개발하는 ‘크래프톤’, 모빌리티 AI 부문의 ‘포티투닷’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트랜스포머든 포스트 트랜스포머든 핵심 원리는 주어진 문장에 이어질 적절한 단어를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SK텔레콤에 이어질 단어는 ‘해킹 사태’를 넘어 ‘AI’가 될 수 있을까. 이들이 보여줄 역량에 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구속된 데 대해 “사필귀정이자 국가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법원이 내린 상식적인 결정을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까지 김건희씨가 구속영장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건희씨는 스스로의 주장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며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치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누구도 권력을 통한 비위와 부패를 다시 꿈꿀 수 없도록, 김건희씨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특검은 엄정히 수사하고 신속히 기소해 김건희씨에 얽힌 의혹의 진상을 국민 앞에 밝혀 달라”고 말했다.
윤재관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악의 화수분 김건희 구속은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이라며 “김건희의 구속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든든한 기둥을 다시 세우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김건희라는 일개 바늘 도둑을 대한민국 전체를 농락한 소도둑으로 키우는 데 앞장선 검찰과 정치 권력은 물론 그 옆에서 기생하며 사익을 챙긴 부역자들까지 모조리 역사와 현실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최고 권력자인 남편 뒤에서 호가호위하며, 법 위에 군림했던 ‘V0’ 특급 범죄자의 최후”라면서 “내란·국정농단·비리부패의 끝판왕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제 윤석열-김건희와 운명을 함께한 국민의힘 해체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밤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영장 발부 이유라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대기하던 김 여사는 수용동으로 옮겨져 정식 수감됐다.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여사까지 구속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된 첫 사례가 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소동을 일으킨 유튜버 전한길씨에게 ‘경고’ 징계를 의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수결을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 위원장은 “전씨가 깊이 잘못을 뉘우치고 향후 재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때는 전씨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전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된다”며 엄중한 조치를 요청했지만 경징계가 내려졌다.
여 위원장은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 이미지나 (여러 부분을 고려해) 엄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윤리위는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며 “물리적인 폭력도 없었고 윤리위 징계로 나아가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에서 경고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일한 결과라는 지적에는 “윤리위는 정치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윤리위원들 의견이 ‘징계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주의 조치를 하자’와 ‘징계 중 경고 조치를 하자’로 나뉘었다”며 “다수결을 통해 경고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연설 중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며 선동해 중앙윤리위에 회부됐다.
김씨 성을 가진 친구가 임신 소식과 함께 뱃속 아기의 태명을 알려줬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김OO이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가 ‘아차, 아니겠구나’하고 멈칫했다.
“네 남편 성이 뭐였더라?”
OO이의 이름은 답을 듣고서야 완성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여성 지인이 자신의 아이 이름을 소개했을 때 그 지인의 성씨, 즉 엄마의 성을 나도 모르게 붙여서 불렀다가 제대로(?) 바로잡힌 적 말이다. 들어도 모를 친구 남친, 친구 남편의 성보다는 바로 내 앞에 있는 친구의 성이 제멋대로 자석처럼 아이의 이름에 착 들러붙었다. 죄송하지만 사실 지금도 OO이 아버지의 성씨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의 성을 이어받느냐는 부계사회와 모계사회를 가른다. 성씨가 부계와 모계를 구분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일단 엄마 성을 물려받는 게 당연한 사회라면 그 사회는 모계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 한국은 ‘부성 우선주의’를 따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모성을 이어받거나 모성으로 변경할 수 있다. ‘가부장제’라는 말로 대표되듯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부계사회에서 만들어진 제도와 전통들로 짜여 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의 이름을 듣고 나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기 성을 물려주겠다는 여자친구와 싸웠다, 엄마 성을 따르게 하고 싶어 고민이다 등의 이야기는 온라인 커뮤니티 단골 싸움 소재다. 부계 성씨, 즉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쪽과 모계를 따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쪽 모두 나름의 합리성을 내세운다.
부계사회 전통은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에프워드]에서는 성씨와 가문의 자원, 가정 내 영향력 등이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모계사회는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를 넘어 관습 중 현재와 미래에 적용할 수 있는 것과 적용할 필요가 없는 것을 ‘상상’해보려는 시도다.
중국 윈난성 모쒀족 사회는 현존하는 모계사회 중 대표적인 곳이다. 모쒀족은 ‘여성의 핏줄을 따라 가족과 친족이 구성되는’ 모계제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여성이 가장이고 여성이 낳은 아이는 아버지를 묻지 않고 여성의 자녀로 인정하는 ‘가모장’ 사회인 것이다.
모쒀족 사회는 여성의 성적 자유와 재생산권을 보장한다. 이른바 ‘방문혼 제도(주혼·Walking Marriage)’에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성인식을 거친 여성은 집에서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며, 이 공간에서 결혼 제도 없이도 원하는 남성과 자유로이 관계맺을 수 있다. 남성은 여성의 거처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이 되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양육하고 모계를 따라 집안의 재산과 전통을 물려준다. 아버지가 누군지 묻지 않기 때문에 모든 아이는 평등하게 자녀로 인정받는다. 남성은 자신의 친자녀에 어떠한 책임도 권리도 없으며, 친자녀가 아닌 누이의 자녀를 돌본다. 여성과 남성이 결혼하거나, 독자적인 가족을 꾸리거나, 남성 쪽 집에 들어가 살지 않기 때문에 태어난 아이는 온전히 모계 혈족의 일원이 된다. 여아가 태어나는 것이 집안의 경사인 것이다. 집안의 경제권 또한 여성이 갖는다. 이러한 전통 덕택에 모쒀족은 흔히 ‘어머니의 나라’로 불린다.
싱가포르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추 와이홍은 중국 윈난성 모쒀족과의 교류를 책 <어머니의 나라>(흐름출판, 2018)로 남겼다. 이 책에는 중국과 싱가포르의 부계 전통에 익숙한 저자가 외부인으로서 모쒀족 공동체를 보고 느낀 충격과 감탄이 잘 드러난다. 온 사방이 부계사회로 둘러싸인 와중에 모쒀족이 어떻게 모계 전통을 고수할 수 있었는지가 그의 주된 의문이었다.
추 와이홍은 모쒀족이 모계 가족을 이루는 메커니즘을 할머니부터 시작하는 3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우선 집안의 여성으로부터 오직 딸 쪽의 자녀들에게 혈통이 이어진다는 대원칙이 존재한다. 1세대 할머니는 자신의 남자 형제들과 한 가족에 속한다. (출산한) 다른 자매들은 별도의 가정을 꾸렸기 때문이다. 이어 자신이 출산한 자녀가 전부 그의 가족에 속함으로써 2세대가 형성된다. 3세대는 오직 딸 쪽 손주들로만 이뤄진다. 아들에게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생모의 가족, 즉 다른 가족에 포함된다.
모쒀족 가정에 남자가 없지는 않다. 할머니의 남자 형제, 엄마의 남자 형제가 남기 때문이다. 아이의 생부가 생모 쪽 가족으로 편입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누이에게 속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남성이라는 성별에는 세대와 가계를 구분하는 ‘핵‘으로서의 기능이 전혀 없는 것이다. 부계가 이어지는 방식과 정반대다.
이밖에도 문화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은 기원전이나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모계사회였던 공동체를 찾아냈다. 어떤 공동체를 모계사회라고 지목하는지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이러한 공동체들은 여성의 사회 활동과 상속, 재생산권, 경제적 영향력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쒀족을 비롯해 모계 소수민족 공동체의 사례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 사회가 기반한 합리성을 살펴보는 일은 분명 흥미롭지만, 부족이나 민족 집단은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소수민족의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이로 인해 몇몇 소수민족 사례는 극히 드문 예외로 비칠 뿐, 국가나 전 세계처럼 더 큰 규모의 사회를 무대로 대안적 상상을 가능케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모쒀족 사회가 보여준 ‘모계사회 나름의 합리성’을 극한으로 밀고 나가면 어떻게 될까? 민족보다 더 큰 규모의 인간 사회가 구석구석 모계사회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현실에서는 답을 찾기 어렵지만 작가가 창조한 가상의 세계, 즉 픽션을 통해 그 면면을 그려볼 수 있다.
모계사회를 소재로 하는 작품은 흔히 ‘성별 반전’, ‘미러링’, ‘SF’ 등으로 표현된다. 작품 속 세계관이 어떻게 모계 전통을 구축하게 됐는가, 그 설립 과정과 유지는 순탄했는가 등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장치를 동원한다. 또 단순히 누구의 성씨를 물려주는가, 집안 가장이 누가 되느냐에서 더 나아가 어떤 성별이 더 큰 사회·경제적 권력을 차지하는가,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어디까지 반전되는가 역시 상상의 재미를 자아낸다.
엄마 성 따르기에 반대하는 이들은 흔히 ‘엄마 성을 받는다고 해봤자 결국 외할아버지(남성)의 성이 아니냐’고 비아냥대곤 하지만, 성씨를 물려받아 가문을 이어갈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꽤나 큰 문제다. 외할아버지의 성이 아들이 아닌 딸을 통해 계승된다, 엄마의 성명에 있는 성씨가 대를 이어 보존된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가문을 중시한 전근대 일본에서는 이 문제가 특히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이를 배경으로 한 가장 저명한 작품으로 일본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가 그린 <오오쿠(大奥)>를 꼽을 수 있다. <오오쿠>는 에도 막부 시기 최고 권력자인 쇼군이 사실 여성이었다고 설정한다. 이러한 성별 반전을 위해 남성만 걸리고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 ‘적면포창’이 작중 장치로 쓰였다. 적면포창은 곰에게서 유래해 온 몸에 발진을 일으키는 병으로 묘사된다. <오오쿠>는 적면포창으로 인해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의 5분의 1까지 떨어지고, 쇼군가(家)에도 그 파장이 미치며 결국 여성이 쇼군과 그 후계자, 다이묘(영주), 가주가 되면서 벌어지는 가상 시대극이다.
실제 역사에서 오오쿠는 남성 쇼군의 모친과 정실·측실, 쇼군을 위한 여성이 모여 생활하는 금남의 구역이었으나 만화 <오오쿠>에서는 여성 쇼군을 위한 남성들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쇼군이 지명한 남성이 쇼군과 밤을 보낼 자격을 얻고 후계자의 생부 혹은 양부가 된다. 이러한 전환의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오오쿠>에서 초기 여성 쇼군의 존재는 측근만 아는 기밀로 부쳐졌으며 여성 쇼군은 남성의 이름, 남성의 복장으로만 나설 수 있었다. 그러다 남성 인구가 격감하는 것을 버틸 수 없게 되자 여성 지배와 여성 상속, 즉 모계로의 전환이 자리를 잡았다. 여성은 쇼군가뿐만 아니라 각 가문의 후계자가 된다.
이러한 모계 세계관의 합리성은 다음과 같은 대사로 잘 설명된다.
임신·출산을 직접 수행하는 여성은 자신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자신의 혈통으로 인식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여성의 주변인들도 그 여성이 직접 임신하고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모계를 따르는 이상 생부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남성이 아이를 두고 ‘진짜 내 핏줄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탓에 여성의 순결과 정절을 중시하게 된 가부장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기에 더해 <오오쿠> 세계에서 남성은 제아무리 칼을 찬 무사라고 하더라도 적면포창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약한 몸’으로 간주된다. 부계가 모계로 반전되는 <오오쿠> 세계관은 이렇듯 설득력을 확보한다.
모계사회를 상상할 때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을 빼놓을 수 없다.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란 장르는 여성주의 시각에서 상상한 유토피아를 그린다.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뒤바뀌는지, 성별 위계가 존재하는지,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남성이 겪는 일명 ‘미러링’이 있는지 등의 설정은 제각각이다.
대표적으로 샬럿 퍼킨스 길먼이 저술한 <허랜드>(궁리, 2020)는 절벽 위에 고립돼 2000년 동안 존속된 여성들만의 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작품 속 여인국(女人國)은 처음부터 여성만의 공간은 아니었다. 자연재해로 남성이 극소수만 살아남고 살아남은 남성들이 모든 여성을 상대로 지배권을 가지려 하자, 여성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해 남성을 모조리 없앴다는 설정을 따른다. 유입도 유출도 없이 여성만 남은 이 곳에서 기적적으로 처녀생식(단성생식)이 성공하며 여아만이 태어난다. 모두가 한 어머니에게서 난 자매이고 혈족이기 때문에 성씨는 따로 없다.
여인국에 떨어진 미국인 남성 3명은 이곳이 마치 자신들을 위한 ‘하렘’일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남성이란 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에 여인국의 인간은 전부 여성이었고 여성이 모든 일을 했다. 남성성의 거울로서 여성성이 없으므로 ‘여자다운 여자’, ‘여성미’란 말 역시 성립하지 않았다. <허랜드>가 그리는 여인국은 미개하지도 더럽지도 질투로 가득차지도 않은, 그저 안정된 인간 사회다.
여인국에는 결혼과 가정, 가족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고 묘사된다. 가정의 역할은 친구와 동료, 사회가 대신한다. 아이는 사회 유지에 매우 중요하므로 모두가 공들여 키운다. 극중 화자인 밴은 미국인 남성의 시선으로 본 여인국 특유의 자매애와 모성애, 공동 양육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성만 존재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보다 더 나을까? 대를 잇는 문제를 떠나 여성은 남성 없이 여성이자 인간 그 자체로 살 수 있을까?
<허랜드>는 이러한 상상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허랜드>를 쓴 길먼은 20세기 미국의 페미니스트 활동가였고 이 작품이 처음 출판된 시점(1915년)은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된 시점(1920년)보다도 5년 앞선다. 그만큼 길먼에게 여인국이란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자 세상 사람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여주고 싶은 한 가지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보다 본격적으로 부계→모계 전환을 꾀한 소설로 <이갈리아의 딸들>(황금가지, 2018)을 빼놓을 수 없다. 1977년 노르웨이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이갈리아라는 국가를 무대로 여성과 남성의 사회·경제·문화적 지위가 맞바뀐 사회를 촘촘히 묘사한다. 남성을 기본형으로 하는 영어의 ‘맨(man·남성)’과 ‘우먼(woman·여성)’을 전복해, 이갈리아 세계에선 ‘움(wom·여성)’이 기본형이고 남성은 ‘맨움(manwom)’이다.
이갈리아에서 임신은 족쇄가 아니라 재생산 능력으로 간주된다. 움이 신체적·성적 자유를 누리는 반면 맨움의 신체는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정절이 중시된다. 맨움은 자신의 성기를 감추기 위해 전용 속옷인 페호를 착용해야 한다. 조신하지 못하거나 방탕해서 아이의 아버지로 인정받지 못한, 즉 ‘부성보호’를 받지 못한 맨움들은 사회적으로 배척된다. 현실 가부장제 속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을 정반대로 그린 것이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성별 전환을 통해 가부장제를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여성만의 나라, 여성이 주도권을 쥔 사회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성별임금격차, 성별 분업, 성차별과 같은 젠더 의제까지도 뒤집어 엎기 때문이다. 일부 ‘각성한’ 맨움에 의해 맨움해방운동이 전개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집요함마저 느껴진다.
이갈리아는 꽤 그럴듯한 내재적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이갈리아에서 맨움이 정절을 강요당하고 가계가 움에서 움으로만 전승되는 데에는 다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위에 인용한 ‘아이를 갖는 특권’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현실의 부계사회가 나름의 논리로 체제 존속을 주장하고는 있으나, 그 논리는 정확히 반대로 뒤집어 적용해버리면 그만이라는 점을 <이갈리아의 딸들>은 보여준다. 저자 게르드 브란튼베르그가 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모계사회의 우월성이 아니라 성차별의 우스꽝스러움 아니었을까.
실존하는 모계사회에서 더 나아가 모계사회를 설정한 픽션을 살펴보는 일은 어떤 의의가 있을까? 픽션은 현실이 존재할 때에만 픽션이 될 수 있다. 현실이 어떠하냐에 따라 무엇을 픽션으로 부를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판타지 소설 대가 어슐러 르 귄은 성별이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인 한 행성의 이야기를 소설 <어둠의 왼손>(시공사, 2014)으로 썼다. 그는 이 작품 서문에서 SF를 “하나의 사고실험으로 읽어도 된다”고 제안했다. 또한 “훌륭한 소설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읽기 전과 조금은 달라졌음을, 조금은 바뀌었음을 깨닫게 되리라”고 했다.
앞서 소개한 실제·가상 모계사회는 ‘모계사회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나’란 의문에 대한 반론으로서 나름의 합리성을 구축하고 있다. 적어도 그 세계관 내에서는 ‘말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읽고 난 다음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다. 그 합리성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성인가? 우리가 가상의 세계를 그럴듯하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반대로 그 세계가 이상해 보였다면 왜 그럴까? 이러한 질문을 통해 픽션 속 모계사회는 현실의 우리에게 다가온다. 내가 낳고도 내 성씨를 물려주지 못하는 부계사회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픽션을 찾아 나서는 이유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존하는 혹은 가상의 모계사회는 인간 사회의 그 어떠한 제도도 필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앞으로 모계 전승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여성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 균열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상상을 더해 본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이번 [에프워드] 어떠셨나요? 입주자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나는 공공장소에서 브래지어(브라)를 벗은 적이 있다.” 때는 2012년 7월, 장소는 일본 후쿠오카였다. 당시 일본은 폭염·폭우가 한창이었다. 여행 후 숙소에 돌아와 현지 뉴스를 틀면 돼지가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이 나왔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고, 푹푹 쪘다. 거리 인파에 섞여 땀을 뻘뻘 흘리며 지역 축제(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행진을 구경하던 도중 숨이 막히며 ‘아 정말 쪄죽겠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입고 있던 와이어 브라가 몸을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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