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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독학 결국 문제는 비싼 표값? 영화 할인권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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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8-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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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독학 [주간경향] 영화관이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영화를 7000원에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었던 지난 7월 30일 86만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주말, 문화가 있는 날을 모두 포함해 올 들어 최다 관객 기록이다. 코로나19 이후 매년 7월 기준으로 평일에 이만한 관객이 몰린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이어진 주말인 8월 2일에는 약 89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으면서 올해 최다 관객 기록은 사흘 만에 깨졌다.
극장의 활기는 정부가 배포한 할인권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7월 25일부터 영화 관람 활성화를 위해 정상가보다 6000원 저렴하게 영화관을 이용할 수 있는 할인권 450만장을 배포했다. 주말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려면 1만5000원을 내야 하는데, 9000원에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271억원을 편성했다. 멀티플렉스 3사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배포된 할인권은 사흘 만인 7월 28일 모두 소진됐다.
할인권 배포와 함께 찾아온 극장의 활기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현재의 영화관 입장권 가격은 적정한가, 그간 관객들이 영화관에 발길을 끊은 이유는 가격 때문인가, 좀처럼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도 이와 관련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입장권 가격은 문제였다. 그러나 유일한 문제는 아니었고, 가장 큰 문제라 보기도 어려웠다.
30대 회사원 A씨는 8월 9일 모처럼 극장에 가기로 했다. 아내가 1인당 2매가 나오는 정부 할인권을 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도 할인권을 받기 위해 영화관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수량이 모두 소진돼 받을 수 없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6개월 만이다. 지난 2월 <미키 17>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그 전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2023년 8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점차 극장과 멀어지고 있는 그에게 할인권은 다시 극장을 찾는 마중물이 됐다.
A씨처럼 할인권을 계기로 극장을 찾는 관객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보면 할인권 배포가 완료된 31주차(7월 28일~8월 3일)에 약 412만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관객 수는 전년(약 369만명)보다 11.7% 증가했다. CGV 관계자는 “8월 3일까지 할인권이 30% 가까이 사용됐다.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면서 할인권을 이용해 더 많은 관객이 방문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할인권이 몰고 온 훈풍은 영화관 티켓값의 역설을 드러낸다. 결국 비싼 영화관 티켓값이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2018년 주말 기준 1만2000원이던 영화 티켓값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인상을 거듭했다. 2020년 1만3000원, 2021년 1만4000원을 거쳐 2022년 1만5000원이 됐고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거듭된 인상이 팬데믹 기간 영화관의 극심한 침체를 견디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말한다. 한 극장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에 관객 수가 줄어든 가운데 일부 마니아층만 고정적으로 영화관을 찾는 상황이 이어졌다. 관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개봉한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낮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에겐 부담으로 돌아왔다. 2명의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B씨(40)는 지난 7월 중순 영화관에서 가족과 함께 영화 <킹 오브 킹스>를 봤다. 4인 가족이 함께 영화관을 가려니 가격이 부담됐고, 조조할인을 받기 위해 아침 시간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웠다. B씨는 “성인 기준으로 2만원도 넘는 4D 영화를 온 가족이 보려면 돈 10만원이 우습게 깨진다. 차라리 좀더 보태 놀이공원을 가거나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4D를 볼 때는 극장 가기 전부터 아이한테 ‘무서울 수도 있어, 물도 튀길 거야, 정말 갈 거야’를 몇 번을 물어보고 2명씩 팀을 나눠 한 팀만 가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했다. 지난 8월 3일 경기도 고양시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만난 고교 3학년생 이모씨와 강모씨도 극장에 자주 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가격 부담을 꼽았다. 마지막 극장 방문은 이씨의 경우는 지난해였고, 강씨는 중학생 때였다. 강씨는 “청소년은 1만2000원인데 가격도 부담이 된다. 오늘도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왔다”고 했다.
책 <영화 배급과 흥행>의 저자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입장권 가격이 높은 것은 맞고, 할인권 때문에 관객들이 움직인 것도 어느정도 사실인 것 같다. 정부도 가격이 높다고 평가했기에 영화 관람 활성화를 한다며 할인권을 배포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영진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를 보면, 극장을 찾는 빈도가 감소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영화나 극장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24.2%)’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줄어들어서’라고 답변한 사람도 15.2%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나왔던 응답은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24.8%)’였다.
영진위 조사에서 보듯이 비싼 티켓값은 극장을 찾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좋은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극장 침체의 핵심 원인이 됐다는 데 영화계 인사 대부분은 동의했다. 한 예술극장의 관계자는 “가격도 진입장벽이 됐지만, 코로나19 이후 신작 제작 지원이 끊기고 새 작품이나 관객들이 찾을 만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게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영화계 인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의 순환고리가 끊어졌다고 말한다. 영화 산업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는 것은 극장 수입이다. 극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이를 절반씩 나눈다. 투자·배급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전까지는 극장 수익의 절반을 갖고,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이중 일부를 제작사에 지급한다. 제작사와 투자사는 영화 흥행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다음 작품을 제작할 여력을 갖게 된다. 다수의 영화가 흥행을 할 때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침체되면서 흥행 작품이 줄어들고, 재투자도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흥행에 실패하니 영화를 새로 만들기도 어렵고 볼 만한 영화도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구체적 원인을 두고는 영화 산업 안에서도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예컨대 한 극장 관계자는 “돈이 돌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예전에 성공했던 방식대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하고 홍보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반면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 산업의 고도화된 수직계열화와 독과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지난해 국내 극장 매출의 96.5%를 차지했다. 특히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수직계열화로 상영 뿐 아니라 제작, 투자, 배급 등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들은 스크린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 3사가 제작·투자에 관여한 영화 등 특정 영화를 밀어주면서 영화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잃고, 영화의 다양성도 잃어버렸다고 본다. 영화제작사인 시네마6411의 대표이기도 한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장은 “특정 상업 공식을 따른 영화 제작과 투자가 심화되면서 200억~300억원을 투자하고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그런데 그런 방식이 관객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산업 생태계가 악화됐다”고 했다.
영화 제작자들과 창작자들이 중심이 돼 발족한 ‘영화 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분배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영화 티켓값이 오르면 제작·배급사가 가져갈 몫도 커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관객 1명이 실제로 영화관에 낸 돈을 의미하는 ‘객단가’는 지난 7월 기준 약 9773원이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8년 7월과 비교하면 티켓값은 1만2000원에서 3000원 오른 데 반해, 객단가는 8397원에서 1400원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주말 티켓값이 1만5000원으로 올랐지만, 제값을 내고 보는 관객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원인으로는 통신사 할인 등 각종 프로모션이 꼽힌다. 영화인연대는 멀티플렉스 측이 각종 할인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는 의혹이 있음에도 통신사 등과의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극장 관계자는 “관객이 저렴하게 올 수 있도록 각종 제휴를 맺은 것이다. 각 사별로 제휴처들과 각각의 계약을 맺은 것이기에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을 뿐, 불공정한 정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도 “안 되는 영화를 억지로 편성하면 극장도 손해를 보는데 수직계열화의 불합리성은 시장에서 해소된다고 봐야 한다. 스크린 독과점은 대작 영화가 나왔을 때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고, 올해는 독점 논란이 있는 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 예매율, 좌석 판매 현황 등 데이터에 기반해 영화를 편성하고 있다”고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월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영화 관람 할인 사업에 대해 “단비처럼 지금 영화계에 가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계속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할인권 배포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보는 영화계 인사들조차 이 정책이 지속되는 데는 우려를 표했다. “암환자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것”(한 제작사 대표), “극장에 오지 않는 이유가 정말로 티켓값이 비싸서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그 돈으로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극장 관계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이번 할인권 배포에 쓰인 예산 271억원은 올해 영화 산업 예산(829억원)의 30%에 해당한다.
영화인들이 입을 모아 요구하는 시급한 정책 개입은 무너진 ‘홀드백’ 질서의 복원이다. 과거에는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IPTV, OTT 등 다른 플랫폼에 공개되기까지 일정한 시간(홀드백)이 걸렸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 유예기간이 급격히 무너졌다. 극장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칠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판권을 빠르게 2차 시장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올 초 개봉한 <미키 17>은 5주 만에, <승부>는 6주 만에 OTT에 공개됐다. 관객 입장에서는 조금만 기다리면 개봉 영화를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극장을 찾지 않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영화계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홀드백이 무너졌고, 현재 이를 회복할 자정능력이 없다. 극장에서 충분한 상영시간을 갖고 적절한 시기가 지난 후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영화 산업이 거진 마비 상태까지 왔기에 새로운 생태계에 대한 구상을 그려야 하는 시기다. 할인권 배포는 능사가 아니며 반복된다면 과거에 매여 새 출발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틀 새 전남에서 이주노동자 3명이 숨졌다. 사망자 모두 안전장치와 보호장비 없이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노동력이 부족한 지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고위험 노동을 대신하다 사고를 당하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11일 경찰과 노동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고흥군 새우양식장에서 감전사한 태국인 A씨(28)는 사고 당일 처음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로 함께 사망한 베트남인 B씨(33)는 앞서 고용돼 일을 해왔다.
사고는 3.5m 깊이의 양식장 바닥을 청소하다 발생했다. 물이 고인 상태에서 배수를 위해 전기가 통하는 수중 모터를 손으로 만지다 감전됐다. 두 사람 모두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절연장갑과 방수화 등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에는 곡성군의 한 농로에서 베트남 국적 C씨(30대)가 자신이 몰던 지게차가 전도돼 숨졌다. 그는 2년 전 계절노동자로 입국한 뒤 파견업체를 통해 불법으로 해당 농가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게차 운전 자격은 없었다. 지난 3월에는 전남 영암의 한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농장주의 폭언과 폭행 등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유족급여 승인 기준)는 2022년과 2023년 각 85명에서 지난해 102명으로 20%(17명) 증가했다. 특히 지방에 많은 농업·임업·어업을 포함한 ‘기타업종’의 이주노동자 사망사고가 2023년 8명에서 지난해 19명으로 갑절 이상 늘었다.
계절·단기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안전관리·감독 의무에서 벗어나는 구조적 취약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이지만, 사고사망자 중 외국인 비율은 12.3%로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고용 및 관리의 사각지대 문제,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이 빚은 ‘인재’라고 지적한다. 감전사고가 발생한 새우양식장만 해도 어업 현장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많아 고용허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는 안전교육·건강검진·근로감독 의무에서도 비켜가고, 미등록 인력을 산재보험 없이 투입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대부분의 사고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문제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고, 직업소개소·브로커 단속, 계절이주노동자 제도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3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협상을 통해 종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결사항전 입장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9%가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 결과는 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2%, 27%만이 협상 종식을 지지했지만, 2023년 말에는 52%로 급등했고, 올해는 10명 중 7명 수준으로 상승했다.
반면 ‘승리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여론은 눈에 띄게 줄었다. 2022년에는 73%에 달했던 결사항전 여론이 2023년 63%, 작년 38%로 줄었고, 올해는 24%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이 여론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 이내 교전이 끝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답변은 68%에 달했으며, 가능성이 있다고 본 응답자는 25%에 불과했다.
미국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리더십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66%에서 2023년 53%, 2024년 37%를 거쳐 올해는 16%로 급락했다.
이는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군사지원 및 외교 정책을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 긴장이 고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평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중재 역할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았다. 응답자의 70%가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토 가입에 대해 ‘10년 이내 가입이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32%에 그쳤고, ‘절대 가입할 수 없다’는 응답은 33%에 달했다. 이는 2022년의 64% 낙관론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EU 가입과 관련해서도 10년 내 가능하다고 본 응답자는 52%, 불가능하다고 본 응답은 18%로 나타났다.
“100% 이상을 목표로 도전해야 전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인공지능(AI)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가대표 AI를 뽑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5개 정예팀에 선발된 LG AI연구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제시한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 목표를 넘어 ‘100% 이상’을 내걸었다. 지난 6일 서울 마곡 LG AI연구원에서 만난 임우형 공동원장(47)은 “100% 이상을 달성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이 꾸린 컨소시엄은 자체 AI 모델 ‘엑사원(EXAONE)’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 프런티어 모델 ‘K-엑사원’ 개발에 나선다. 2020년 출범한 LG AI연구원은 국내 AI 업계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공개한 엑사원 4.0은 동급 개방형 모델 대비 뛰어난 성능으로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머신러닝·음성인식 분야 전문가인 임 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된 배경훈 전 원장의 뒤를 이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이번 사업은 정부 지원 아래 얼마나 글로벌 톱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에요. 저희는 지금까지 많은 걸 증명해왔습니다. 기술·데이터부터 생태계 활성화 측면까지 준비가 잘돼 있고, 당장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정부가 국가 차원의 AI 프로젝트를 가동한 배경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소버린(주권) AI’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AI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임 원장은 “소버린이라는 건 모두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야 한다는 의미보다 ‘우리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개념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산 기술 튜닝(조율)해서 쓰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100% 틀렸다기보단 그걸로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AI는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보고,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기도 하고 점점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겁니다. 만약 빅테크가 갑자기 (AI를) 자신들의 관점으로 확 틀어버린다면 대응할 방법이 없는 거죠. 기술 종속, 좀 더 과장해 문화 종속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AI, 우리 문화와 생각을 지킬 수 있는 AI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LG 컨소시엄의 주목할 만한 요소로 독자적인 전문가 혼합(MoE) 방식 아키텍처(구조)와 강화 학습·훈련 알고리즘 개선 등 고도의 기술력 확보를 언급했다. MoE는 하나의 거대한 모델이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일부 전문가 네트워크만 선택적으로 작동시켜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 방식을 말한다. 강화학습은 아이가 잘하면 칭찬을 받고 잘못하면 벌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처럼 AI가 보상과 패널티를 통해 학습 방향을 조정해 가는 방식이다.
임 원장은 “MoE가 기존에 없던 기술은 아니지만 저희만의 독자 기술 노하우가 녹아들어 있다”며 “강화학습은 오래된 개념이지만 잘하기는 어렵다. 기존에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기술만 개발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임 원장은 기술을 활용해 실제 효용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강조했다. LG 컨소시엄에는 LG유플러스, LG CNS, 슈퍼브AI, 퓨리오사AI, 프렌들리AI,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에이드, 한글과컴퓨터,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참여한다. 이들과 함께 AI 서비스, 산업 AI, AI 반도체 등 AI 생태계 전반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생태계란 공급과 수요가 시너지를 내며 기술 공급이 서비스 개발로 이어지고, 사용자 피드백이 다시 기술 고도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게 아니라, 좋은 기술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갈 겁니다.”
전기컴퓨터공학도인 임 원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흥미와 사람을 향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인간을 흉내내는 AI 연구로 이어졌다고 했다. “두 아들이 크는 걸 보면 머신러닝과 강화학습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그는 천생 공학도처럼 보였다.
대학원 시절 ‘AI 빙하기’를 겪었다. AI 기술에 대한 기대가 꺼지고 연구와 투자가 위축됐던 때다. 임 원장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 요즘 AI가 많이 이야기되는 게 솔직히 흥분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의 흐름이 다시 수그러지지 않게 잘해나가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며 “한국이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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