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비가림 지붕 등 ‘주거용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감경기간 1년→3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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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08-08 23:27본문
10년 전 송파구 빌라를 매입한 B씨는 이전 집주인이 계단식 베란다에 설치한 샷시를 그대로 두고 쓰다가 재작년 위반건축물로 적발됐다. 2년째 이행강제금을 낸 B씨는 건축법 개정으로 부과 상한(5년)이 폐지돼 이행강제금을 매년 내야 할 처지라 샷시 철거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가 주거용 소규모 위반건축물 문제 해결을 위해 이행강제금 감경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6일 밝혔다. 계단식 베란다 샷시 설치와 차양·비 가림을 위한 지붕과 기둥, 주차장 캐노피 등 소규모 위반이 지원 대상이다.
시는 올해 상반기 위반건축물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세대·다가구 등 저층 주택을 중심으로 생활 편의를 위한 소규모 위반 사례가 대다수인 점을 확인했다. 시에 따르면 서울 주거 위반건축물 사례는 총 7만7000건으로 이 중 91%가 다세대·연립 등 저층 건축물로 집계됐다. 주거 위반건축물 중 위반 규모가 10㎡ 미만인 사례가 46%였다.
현재는 실거주자가 생활 편의를 위해 설치한 샷시와 지붕 등 소규모 시설도 위반건축물로 적발되고, 이전 소유자가 설치해도 현 소유자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특히 2019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행강제금 5회 부과 상한이 폐지돼 위반 사례가 시정될 때까지 이행강제금이 붙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행강제금은 10㎡ 미만인 경우 50만원가량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이행강제금을 75% 감경하는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감경 조건은 30㎡ 미만 소규모 위반이거나 위반행위 후 소유권이 변경된 사례, 임대차 계약 등으로 위반 사항을 바로 시정하기 어려운 경우다. 이행강제금 감경 기간 확대 조례는 서울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8월 중 시의회에 상정된다.
시는 25개 자치구·서울시건축사회와 협력해 ‘위반건축물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자치구별로 운영되는 상담센터는 건축사 등 전문가가 신·증축 등 다양한 건축행위를 비롯해 용적률 범위 내 건축물 사후 추인 가능 여부 등 건축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또 건축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위반건축물을 양산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생활과 밀접한 소규모 시설도 위반으로 간주하는 불합리한 생활 규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관련 법령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계단·베란다 등 실질적인 생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시설물 설치로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했던 시민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주거 안전과 편의를 돕고 경제 부담을 덜기 위해 실생활에 맞춘 제도 개선과 규제를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찾는 한국의 ‘핫스팟’이 달라졌다. 서울 남산, 명동, 경복궁, 면세점보다 K푸드, K뷰티, K패션 등 한국의 매력적인 K컬처 공간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유통·관광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883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04.6%나 늘었다. 연말이면 역대 최대인 2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 명소는 어디일까.
■한국 랜드마크가 달라졌다
젊은이들의 팝업 성지로 꼽히는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들이 발도장을 찍는 대표적인 곳이다. 2022년 3.3%에 머물던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3년 9.7%, 지난해 14.6%, 올해 상반기에는 15%까지 늘어났다. 여행객 국적도 2022년 82개국에서 2023년 125개국, 지난해엔 156개국으로 넓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고객은 K패션·K팝 팝업스토어를 많이 찾고, 미국은 뷰티 브랜드와 식음료(F&B) 매장을, 중국과 중동인들은 고급 주얼리 등 명품에 관심이 크다는 데 있다.
비결은 외국인 특화 전략에 있다. 새롭게 선보인 상시 무료 캐리어 보관, 외국인 셀프 투어맵, 외국인 전용 통합 멤버십 등이 대표적이다. AI 쇼핑 도우미가 매장 브랜드, 레스토랑 등을 외국인에게 안내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순 쇼핑을 떠나 한국의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며 “외국인 전용 문화센터 강좌 개설, 서울 내 고급 호텔과 연계한 딜리버리 서비스 등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를 찾는 외국인이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고 외국인 매출은 20% 늘었다. ‘롯데타운’ 잠실 명성도 자자하다. 백화점을 비롯해 에비뉴엘, 월드몰, 잔디광장, 석촌호수까지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K패션과 K푸드, K시그니처 행사들을 잇따라 열면서 체험형 콘텐츠,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복합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실제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등 최근 3년간 잠실점 연평균 매출(10%대)보다 2배가량 높았다. 에비뉴엘 잠실점·월드몰에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해 일평균 700여건의 외국인 상담에 즉각 대응한 점도 통했다. 8월1일부터는 롯데월드타워·몰 등 롯데타운을 다양한 할인과 무료 입장 등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외국인 전용 ‘디스커버리 서울패스’를 도입했다.
■외국인 ‘쇼핑 1번지’가 달라졌다
외국인들의 쇼핑 1번지는 CJ올리브영이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189개국 관광객들이 전국 1264개 올리브영 매장을 찾아 942만여건을 결제했다. 서울 명동부터 제주 서귀포까지 전체 매장의 92%를 외국인들이 찾은 셈이다. 중소기업 ‘인디 화장품’ 등 최신 K뷰티 트렌드를 체험하려는 발길이 늘면서 전년 대비 외국인 매출이 140%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는 누적 방문객이 오픈 4개월 만에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일평균 8000명이 찾고 있다. 이곳 매출의 70%는 외국인이 책임진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매장을 ‘글로벌관광상권’으로 특별 관리한 덕분이다. ‘K뷰티 나우’ ‘글로벌 핫이슈’ 등 별도의 진열 공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대량 구매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캐리어 보관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K뷰티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글로벌 K뷰티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글로벌 브랜드인데도 한국을 찾으면 ‘인증샷’을 남기는 방문처다. 특히 이대점의 경우 외국인들이 상시 대기하는데 개인 맞춤형 ‘텀블러 각인’ 서비스 때문이다. 고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개인 이름 등을 새기는 과정을 직접 촬영해 실시간으로 SNS에 공유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제주 등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매장과 ‘경동1960점’ ‘대구종로고택점’ 등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이색 매장도 인기다. 스타벅스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가량 증가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밀집된 매장에 키오스크를 시범 도입하는 등 편의성을 더했다”면서 “한국의 특색을 담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다채로운 여행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일정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보내는 외국인이 많다. 지난해 기준 이곳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0%로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가량 증가했다. 공항철도 종점이자 KTX·지하철 등 교통망 중심지에 위치한 쇼핑 환경과 맞춤형 특화 서비스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2023년 9월 리뉴얼을 통해 외국인이 많이 찾는 김, 과자, 커피, 견과류, 라면 등 가공식품을 20m 길이의 특화공간(K-Food존)에 진열해 원스톱 쇼핑을 돕고 있다. 대형마트 최초의 한국문화상품관 BOMUL(보물) 매장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갤러리 콘셉트의 30평 공간에서 전시·판매하는데 박물관이나 고궁을 방문하지 못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무료 짐 보관, 외화 환전기, EMS 국제택배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서울관광재단 관광브랜드팀장은 “외국인들의 국내 여행 필수코스가 고궁, 면세점 등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체험형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K팝, K푸드, K뷰티 등 K컬처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2별관 102호 법정. 민사2단독 이성복 전 부장판사가 ‘2024가소120790’ 사건의 판결 주문을 읽었다. 시민 104명이 12·3 불법계엄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전국에서 비슷한 취지의 소송이 제기되는 등 큰 반향이 일고 있다.
판결을 내린 이 전 부장판사는 올해 65세 정년을 맞아 지난달 31일자로 퇴임했다. 전직 대통령 손해배상 소송 선고로 법관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된 이 전 부장판사는 최근 경향신문과 만나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도 “12·3 계엄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위였고, 원고 입장에서 충분히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만한 사건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애초 지난해 12월 이 소송이 제기된 이후 법조계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때 시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2020년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확정된 전례도 있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대통령 직무수행 중 일어난 행위라는 사실만으로 전체 국민 개개인에 대해 개별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비록 박 전 대통령의 행위로 분노 등 감정을 느낀 국민이 있더라도 모든 국민이 배상이 필요한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장판사는 “12·3 계엄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이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불법행위였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여타 사건과 달리 특별한 기준을 적용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소액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판결 이유를 썼다. 그는 판결문에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그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마비시키고 생명권과 자유, 존엄성을 유지해야 하는 대통령의 임무를 위배했다”며 “비상계엄 조치로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들이 공포, 불안, 좌절감, 수치심 등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과 손해를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선고 이후 일각에서는 법원 안팎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이 전 부장판사가 퇴임 전 빠르게 판단을 내놓은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 사건은 지난 6월27일 한차례 변론기일을 연 뒤 바로 변론을 끝내고, 한 달 뒤인 7월25일 선고를 진행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만약 원고나 피고 측에서 추가적인 주장이나 증거를 필요로 했다면 재판은 더 길어졌을 것이고, 7월 말에 퇴직하는 나 대신 다른 판사에게로 사건이 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첫 변론에서 원고는 ‘더 이상의 제출 자료가 없다’고 했고, 피고 측에서는 인용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변호인조차 출석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로선 같이 진행했던 다른 사건들과 같이 선고기일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결과가 나왔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있다면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고, 이 사건 또한 상급심에서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소송에서 104명의 원고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0년 판사에 임용됐다. 1999년 법원을 떠나 변호사 개업을 했다가 2007년 다시 판사로 복귀했으며 2017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자동차에 이어 대미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별 상호관세가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0시1분 발효됨에 따라 이 시간 이후 선박에 적재돼 미국으로 운송,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는 15%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신규 대미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모든 집적회로와 반도체”가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한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관세 부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말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할 때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율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최혜국 대우’를 미국이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유럽연합, 일본 등에 매긴 반도체 최저세율이 15%면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반도체 품목관세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 방안을 묻는 말에 “(정부는) 최혜국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만약 15%로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이다.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했던 것을 언급하며 “여 본부장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미, 한국 ‘15%’ 등 각국 상호관세 부과 시작
그러나 반도체 관세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미는 무역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았으며 반도체 품목별 관세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명문화하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미 정부가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서 일본에 대한 최종 관세율이 미·일이 합의한 상호관세 15%가 아닌 기존 관세에 상호관세율 15%가 더해지는 방식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진 상태다. 지난 5일 일본 정부는 무역 협상 수석대표였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미 워싱턴에 급파했다.
7일 상호관세가 발효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10~41%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지난달 30일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5조원)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약 138조원)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기존에 통보받은 상호관세율 25%를 15%로 인하하고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얼마 전 독일 남부에 있는 독일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마을인데, 갑자기 크고 날카로운 굉음이 지나갔다. 친구는 놀란 내게 담담한 목소리로, 근처 군부대에서 들리는 전투기 소리라고 알려줬다. 잦을 때는 한 주에도 여러 번씩 난다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친구는 학창 시절에 받은 교육이 떠오른다고 했다. 평화의 중요성, 두 번 다시 일어나면 안 될 전쟁에 관해 수도 없이 보고 들었다고 했다.
내가 유럽지역학을 공부하던 시절에도 같은 내용을 배웠다. 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유럽 국가들은 최선을 다했다. 인권, 자유, 민주주의, 연대 같은 가치를 중시했으며 암흑의 역사를 줄곧 반성했다. 불과 십수년 전 유럽연합은 동유럽 국가들을 두 팔 벌려 받아들였다. 이 확장은 세계의 평화를 담보할 듯 여겨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요즘 아무렇지도 않게 전쟁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적을 만들고 적의 편에 있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한다고, 우리는 걱정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빈 미술사박물관에 들렀다.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을 둘러보다 1563년에 그린 그의 대표작 ‘바벨탑’을 마주했다. 성인 키만 한 대형 패널 속에는 로마 콜로세움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린 거대한 바벨탑이 구름에 거의 닿아 있다. 브뤼헐은 정교한 붓질로 바벨탑에 얽힌 수많은 인간군상을 그렸다. 권력에 굴복하는 민중, 난간에 위태롭게 서서 건물을 짓는 노동자들, 몰래 쉬거나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금기된 일을 하는 사람까지. 같은 곳에서 바벨탑을 쌓고 있어도 저마다 다른 행동을 하는 중이다. 아래층이 지어지기도 전에 위층이 올려지고 있고, 어떤 이들은 완전히 다른 색깔로 탑을 쌓고 있다. 전체를 보면 건물은 무너질 듯 위태롭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탑이 균형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거대한 세상은 결국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류의 공존 따위는 공허한 주제처럼 느껴지고, 개인적 이해는 눈앞에서 벌어진다. 후자부터 손에 쥐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1914년 8월2일,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는 이런 일기를 남겼다. “독일이 러시아에 선전포고했다. 오후에는 수영 강습이 있었다.” 전쟁과 일상에 관한 문장이 불협화음처럼 붙은 이날의 일기 이후에, 유럽에서는 선전포고가 줄을 이었다. 매우 병약했던 데다 회사의 보호를 받았던 카프카는 징집되지 않았지만, 주변인들의 죽음을 수없이 겪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난 일들에 관해서라면 1924년에 숨을 거둔 프란츠 카프카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 16세기의 전쟁이 좀 더 야만적이었다면, 20세기의 전쟁은 더 화려해지고 더 똑똑해졌으며, 다시 말해 더 파괴적일 수 있게 됐다. 인구수가 많아진 만큼 복잡해진 긴장 상태와 충동적인 포고들이 인간에게 끼친 해악도 이미 목격했다.
지금도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며, 과거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된 세상이 만들어낸 긴장 속에서, 각자의 서사로 자신만의 당위를 주장하며 이해관계의 득실을 셈하고 있다. 이런 관계에서 양보는 사치라고 여겨진다. 브뤼헐의 그림 속 군중과 21세기의 모습이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인간은 어째서 무너질 줄 알면서도 욕망하는가. 평화와 공동체를 교육하던 사회가 어째서 날 선 목소리로 적을 만들고 배척하려 드는가. 러시아·우크라이나뿐일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인도·파키스탄, 태국·캄보디아까지 매시간 지구촌 어딘가에서 누군가 죽고 있다. 국적과 이해관계를 떠나 귀한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에게는 먼 이야기일까. 지난해 12월에는 독일에 있는 친구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과 전쟁 가능성을 걱정하며 연락해왔다. 우리는 앞서 죽은 자들을 등에 업고 산 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우리에게 과거를 잊을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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