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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장외주식 27년째 미궁 속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아빠는 말한다 “잊히지 않고 재수사 이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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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5-07-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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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장외주식 “약하고 가진 것 없는 국민의 말이 무시되면 또 다른 은희가 나올 수 있어요.”
지난 28일 경향신문과 만난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정은희씨의 아버지 정현조씨(77)는 “딸과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면 안된다”며 말했다. 1998년 발생한 이 사건은 27년째를 맞지만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아빠는 포기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재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근 <아빠의 전쟁>이라는 책을 냈다.
정씨의 딸 은희씨는 1998년 10월17일 새벽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갓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학교 축제에 간 은희씨의 행적이 야간 시간대 비어 있었고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은희씨가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단순 교통사고라고 결론냈다.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아빠의 ‘전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정씨는 “허망하게 주검이 되어 나타난 딸에게 꼭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약속했다”며 회상했다.
당시 유가족은 시신 발견 지점과 30여m 떨어진 곳에서 은희씨의 속옷을 발견하고는 강하게 재수사를 요구했다. 정씨는 차량 급정거 시 남게 되는 바퀴 자국(스키드마크)과 시신의 장기 파열이 없었다는 점, 현장에서 확인된 혈흔이 극소량인 데다 딸의 속옷이 정액이 묻은 채 발견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교통사고가 아닌 강간살인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긴 주요 증거품(속옷)을 보니 불에 탄 것처럼 검게 훼손되어 있었다”면서 “우리(유족)가 처음 찾아낸 속옷의 상태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명확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여년간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한 결과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의 주요 증거물인 딸의 속옷·DNA 조작 의혹,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절차적 문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미제사건이 아닌 국가의 직무유기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의 부실수사에도 정씨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사건의 이면을 파헤쳤다. 생업을 접고 사건 발생 후 15년간 사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여러 진술을 들었고 증거를 모았다.
‘컴맹’이었던 그는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수사 절차를 공부하는 등 묵묵히 노력했다. 진실을 밝히려는 집념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 정씨는 “수사기관과 법원 등 사회 각계각층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보냈다”고 말했다.
그의 탄원서는 박근혜 정부의 이목을 끌었고 2013년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다. 이후 검찰은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외국인 노동자인 스리랑카인 K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성폭행 가능성은 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K씨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2017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씨는 “검찰이 지목한 K씨는 범인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검찰은 당시 여론에 떠밀려 수사를 벌여 짜맞추기식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신의 발견 당시 모습과 사건 관계자들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어 아직 사건의 진실이 묻혀 있다고 믿는다.
정씨는 2017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법원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족에게 5500만원을, 2심에서는 7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제15민사부는 “경찰이 신속하게 현장에서 유품과 증거물을 수거해 피해자의 몸과 속옷에서 정액이나 지문을 확인했더라면 이 사건을 성범죄 등 강력사건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피해자 주변인과 행적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신속하게 범인을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수사 체계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수십년간 이 사건의 이면을 추적해 온 정씨는 “수사기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입장을 배제한 가운데 경찰과 검찰의 뜻대로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측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그는 “경찰은 딸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는 ‘부검감정서를 볼 줄은 아느냐’, ‘우리가 교통사고라 하면 교통사고인 줄 알아’ 등이라 윽박지르며 유족을 무시했다”면서 “내가 사건 관련 자료를 갖다줘도 눈여겨보지 않고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은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바꾸려하지 않았다. 힘이 없고 돈도 없는 피해자측이 (수사 결과에 대해) 문제 삼지 않으면 그대로 종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수사기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라면, 피해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미제사건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20여년이 지났지만 정씨는 은희씨의 죽음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씨는 “가끔 간호학과였던 죽은 딸의 동기들이 간호사로 일하는 대학병원을 찾을 때가 있다”면서 “‘살아있다면 한창 저렇게 일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가도 분하고 화가 나곤 한다”고 말했다.
정현조씨는 책을 펴내면서 정부와 수사기관, 학계, 언론 등 250여곳에 책과 함께 탄원서를 보냈다. 27년 전 사건이 잊혀지지 않고 재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를 정씨는 간절하게 바란다.
정씨가 이재명 정부 들어 마지막 희망을 담아 대통령비서실 및 국민권익위에 접수한 민원은 지난 25일 대구지검에 이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번 정부에서 수사가 다시 이뤄져 진실이 꼭 밝혀졌으면 한다”며 “검찰과 경찰도 수사를 잘못한 점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씨는 “해결되지 못한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사회는 우리같은 약자들을, 억울한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2주년을 맞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북·중 우의탑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을 비난하는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한·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와의 밀착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26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의 입상에 헌화를 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고, 정전협정 체결일(1953년 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한다.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조선인민군 제4군단 소속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해당 부대는 지난 23일 포사격훈련에서 우승했다. 김 위원장은 6·25전쟁 노병들과 함께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도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기념관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과 남한을 비난하는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전승절 공식 연설도 하지 않았다. 앞서 2022년 전승절에서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며 대북 정책을 비난했다. 전승절 70주년이었던 2023년에는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무인기 등을 공개했다. 2023년과 지난해 전승절에서는 공식 연설을 하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제국주의와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하는 날에 미국에 대한 공세적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라며 “동시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통한 러시아의 승리를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을 기리기 위해 평양에 세워진 우의탑도 찾았다. 그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전투적 위훈과 공적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배 관련 보도는 네 문장에 그쳤다. 지난해 전승절 당시 우의탑 참배 보도(9문장)보다 짧다.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밤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간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 참가자들은 춤을 추면서 ‘7·27’과 ‘승리’라는 글귀를 만들어냈다. 지난 24일에는 김 위원장이 황해남도 신천군에 있는 신천계급교양관을 방문했다. 북한은 6·25 전쟁당시 미군이 3만5000여명의 주민들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피해상을 신천계급교양관에 전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원자탄을 휘두르는 제국주의 강적도 능히 타승할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조국해방전쟁이 새겨준 진리”라며 “전승세대가 조국해방전쟁에서 이룩한 승리도 위대하지만, 그 승리를 지켜온 투쟁 또한 위대하다”고 밝혔다. ‘승리를 지켜온 투쟁’은 무기체계 발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등 김 위원장 시기의 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관세에 대응해 ‘부품 조달 현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부품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부과된 자동차부품 관세(25%)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대미 수출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 가장 큰 수출시장에서 최대 고객(현대차)마저 잃을 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4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사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전략적인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가동에 들어간 태스크포스팀(TFT)이 총 200여종 부품을 두고 최적의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2분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이 8282억원인데, 그중 20%가 부품 관세에서 나왔다. 기아도 미국 관세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7860억원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가 누적되면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비중을 현지 부품업체 중심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이다.
현대차가 현지 조달을 늘리면 국내 부품업계의 대미 수출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그중 60~70%가 현대차·기아에 납품한 물량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앞세워 지난해 기준 70만대였던 현지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수입 자동차에 붙는 품목관세(25%)를 물지 않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던 미국 수출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연쇄적으로 국내 부품업계의 매출 감소와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규모가 영세한 대다수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계를 따라 해외로 진출하기도 쉽지 않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지난 24일 한 포럼에서 “최근 미국 현지 생산이 증가하면서 국내 생산 감소와 공동화까지 우려되고 있어 국내 부품업체들은 앞으로 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력 인사들의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았던 억만장자이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문건(엡스타인 파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됐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법무부 장관 등이 지난 5월 백악관 회의에서 그가 언급된 사실을 보고하면서 파일을 비공개하자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는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를 부인했지만 논란은 확산 일로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었던 극우 음모론자들이 이젠 그의 정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한국에 미칠 영향은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교도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억만장자 금융인입니다. 그는 2002~2005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별장과 뉴욕 맨해튼 자택으로 각계각층 유력인사와 지인을 초대해 성매매를 중개했어요. 2005년 한 피해자 부모의 신고로 그가 최소 36명의 10대 여성을 인신매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검사와의 석연치 않은 감형 협상으로 13개월만 복역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추가 성매매 혐의가 드러나면서 2019년 7월 수감됐으며, 8월 사건 연루 명단의 일부가 공개된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엡스타인 파일은 그에게 있었을 것이라는 ‘정·관계 유력 인사 고객 리스트’를 말합니다. 2024년 1월 엡스타인의 재판 관련 문건이 뉴욕 법원의 명령에 따라 공개되면서 실체가 있는지 다시 논란이 됐는데요. 당시 처음 공개된 문건에는 엡스타인과 관련된 180여명의 실명과 그들에 대한 광범위한 증언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 앤드류 왕자, 가수 마이클 잭슨,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의 이름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어요. 다만 문건에 이름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을 증명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은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큐어넌(QAnon)인데요. 큐어넌은 미국 내 극우 음모론을 일컫는 말이자 그 추종자들을 뜻합니다. 2017년 미국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인 ‘포챈’(4chan)에 전직 미국 고위 정보국 직원을 자칭해 글을 올리던 ‘큐(Q)’라는 닉네임 사용자(혹은 집단)가 인터넷 음모론을 게시하면서 생겨났습니다. 큐어넌이 파일 공개를 요구한 건 미국이 소아성애자, 미성년 성매매업자, 사탄 숭배자들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에 의해 통치되고 있고, 딥스테이트(흑막)가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주 공격 대상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친민주당 엘리트였어요.
엡스타인의 미성년 성매매 범죄는 큐어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습니다. 엡스타인 명단의 일부가 공개된 다음 날 그가 자살한 것도 큐어넌이 조작설 등 음모론을 퍼뜨리기에 좋은 소재가 됐습니다. 자극적이면서도 일견 명쾌하게 세상을 설명하는 듯해 보이는 큐어넌은 미 공화당 내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많아졌는데요. 2020년 미 하원에 큐어넌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처음 선출됐고, 지난해 AP통신 등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15~20%가 큐어넌의 핵심 주장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큐어넌은 기존 음모론과 달리 실존하는 특정 정치인, 트럼프 대통령을 ‘구세주’ ‘메시아’로 믿고 있단 점에서 태생부터 정치적인 성향이 뚜렷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클린턴 전 국무장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딥스테이트 주요 인물에 맞서기 위해 비밀 업무를 수행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패, 부정선거 선동 혐의 수사가 모두 ‘딥스테이트’를 해체하려는 영웅에 대한 핍박과 박해라고 여길 정도였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십분 활용해 왔습니다. 집권 1기 때는 공개적인 큐어넌 지지자인 마이클 플린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했고, “(큐어넌이) 애국자라고 들었다. 만약 내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이 재집권하면 당장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으니 큐어넌에겐 트럼프의 귀환이 ‘약속된 예언’의 실현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지금 내 책상 위에 ‘엡스타인 파일’이 놓여 있다”고 과시할 때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큐어넌의 믿음은 곧 배신당했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봐 온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7일 ‘명단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거든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젊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 단체 행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불만을 가진 참석자들의 야유가 쏟아졌는데요. 일부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빨간 마가 모자를 불태우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균열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15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 결의안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가세한 겁니다. 에릭 벌리슨 하원의원(미주리)은 “국민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왜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WSJ가 잇달아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 파일 내 언급 의혹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파일을 비공개한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연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얻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BC에서 발견된 1992년 테이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마러라고 별장 파티에서 한 여성을 끌어당겨 엉덩이를 두드리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큐어넌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재집권했다는 것 기억하시죠? 공론장부터 제도권 정당까지 침투한 큐어넌의 이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 진영 내 균열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람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그는 감세 및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엘리트, 즉 ‘기술 우파’ 동맹의 상징적 인물인데요. 기술 우파는 저학력 백인 노동자 중심의 ‘마가’와 함께 트럼프 지지층의 양대 축 중 하나입니다. 그런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서 물러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6월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으며, 이게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불화의 발단은 대규모 감세법안에 대한 이견이었지만 머스크는 엡스타인 폭로를 동력으로 이어가며 ‘아메리카당’ 창당으로 정치세력화에 나섰습니다.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의혹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WSJ 보도를 부인하면서 기자 두 명과 WSJ의 소유주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WSJ를 외국 출장 취재진에서 배제했고요. 자신에 대한 의혹이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17일에는 “민주당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 이 사기극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했고, 지난 22일에는 “갱단의 두목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고, 쿠데타를 주도했다”고 말했습니다.
상호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요.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에서는 엡스타인 파일로 인한 지지도 하락이 협상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옵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전격 합의한 것을 두고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등으로 지지층이 분열하고는 가운데 자신의 신용을 회복하기 위한 ‘한 수’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극우 음모론 확산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큐어넌을 부추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데요. 딥스테이트라는 실체 없는 주장에 근거해 코로나19 백신 반대 시위, 의회 난입, 인종주의적 사이버 테러 등 과격한 행동도 불사하는 이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릅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자들을 향해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7일 부정선거론자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스 탄 대사와 미국 정부가 세상의 정의를 왜곡하는 세력,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시스템과 대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트럼프 메시아론’을 폈던 큐어넌, 부정선거론자들과 유사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미국과 정치적 맥락은 다르더라도 음모론을 정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반복된다면 민주주의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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