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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영화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서늘한 유머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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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7-31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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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영화 서울대 출신의 ‘고학력 농담’ 인기진지한데 웃기는 캐릭터로 주목
“사람도 돈도 없이 뭘 할 수 있을까그런 고민 하다가 소설 쓰기 시작감당 못할 소재였다면 노출 안 해신간이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어”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한 지 2년이 갓 넘은 지난 1월. 원소윤(30)은 코미디 유튜브 채널 메타코미디클럽의 한 영상에 출연했다. 첫마디는 이러했다. “제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을 했는데…” 덤덤한 표정과 사실만을 말한다는 태도로 그는 말을 잇는다. “찾는 사람은 되게 많아요. 자소서 좀 봐달라, 동생 과외 좀 해달라. 그런데 보면 저랑 ‘인생네컷 찍자’는 XX가 한 명도 없어요.”
‘고학력 농담’이라는 머리글이 붙은 이 유튜브 쇼츠는 조회 수 691만건(28일 기준)을 기록했다. ‘친구가 없다’는 둥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다더라’는 둥 고해성사는 분명 진지한데도 웃긴다. 하지만 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자신을 소재로 삼은 농담을 다 마친 뒤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원소윤의 태도다. ‘찐따 서울대생’ 프레임을 만들고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래, 너희가 웃었다면 됐다’는 듯 후련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원소윤이 자전적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 작가로 대중 앞에 섰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이날 만난 원소윤은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흥미로운 이야기란 생각에 시작한 책”이라며 “서늘한 유머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 속 주인공 ‘나’에게는 세 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첫째 오빠가 있다. 매년 기일이 다가오면 넋을 놓는 듯한 엄마를 열 살의 ‘나’는 걱정한다.
지진을 느낀 어느 날, 대학생이 된 ‘나’는 타워크레인 위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위험할까봐 걱정한다. 도피처가 되어주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땐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가족을 잃어본 적 있는 이들은 또 다른 상실을 걱정하고 피하지 못한 이별 앞에 울다가, 웃을 계기를 놓치지 않으며 또 살아간다.
책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지명, 사건 등은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다”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나’의 이름도 원소윤이다. 원소윤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생각하게 하는 구성을 자신의 “악취미”라고 표현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면 오히려 실화겠다 싶지 않나요? (이번 소설은) 상상 이상으로 픽션(지어낸 이야기)이에요. 선을 긋고 싶었다면, 다른 이름을 썼어도 됐겠지만 전 ‘원소윤’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거든요.”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민음사의 박혜진 편집자가 제안한 책 제목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꽤’라는 부사가 주는 냉소적인 느낌이다. 그는 “‘나’가 밝고 희망차고 기운 넘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그만의 낙천성을 ‘꽤’라는 단어가 잘 눌러 표현해준다”고 했다.
원소윤은 빌 브라이슨, 움베르토 에코, 에마뉘엘 카레르, 박민규 작가 등의 책을 아낀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인 스물두 살쯤부터였다. “놀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사람도 돈도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책과 글에 대한 애정을 살려 1년 반쯤 한 출판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코미디의 길에는 양다솔 작가가 연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을 신청하며 우연히 들어섰다. 2022년 말 수강생들끼리 진행한 첫 ‘오픈마이크’에 원소윤은 예수님과 부처님을 ‘성애적 관점’에서 비교하는 농담을 준비해 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도파민이 있더라고요. 죽음, 종교와 같은 금기를 건드리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제 정서에도 맞는다 싶었어요.”
원소윤은 “저는 지루한 것, 하기 싫은 일을 못하는 편”이라며 “글 쓰는 일과 코미디는 앞으로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원소윤은 “신간이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옐로 페이스>(R F 쿠앙)처럼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로맨틱 트래지디(비극)도 해보고 싶고, 지역 공연 순회기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친구와 함께 스탠드업 여성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도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는 일단 다음달 30·31일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여는 첫 단독 공연 ‘원 펀치(ONE PUNCH)’를 잘 마치는 것이 목표다. 양일간 80석이 이미 매진됐다.
“제가 또 무대에선 굉장히 위악적인 페르소나로 다크한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블랙 코미디로 ‘공연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한 지 2년을 갓 넘은 지난 1월. 원소윤(30)은 코미디 유튜브 메타코미디클럽의 한 영상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제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을 했는데···.” 덤덤한 표정과 사실만을 말한다는 태도로 그는 말을 잇는다. “찾는 사람은 되게 많아요. 자소서 좀 봐달라, 동생 과외 좀 해달라. 그런데 보면 저랑 ‘인생네컷 찍자’는 XX가 한 명도 없어요.”
‘고학력 농담’이라는 머리글이 붙은 이 유튜브 쇼츠는 691만 조회수(28일 기준)를 기록했다. ‘친구가 없다’는 둥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다더라’는 둥 고해성사는 분명 진지한데도 웃기다.
하지만 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자신을 소재로 삼은 농담을 다 마친 뒤 여유롭게 씩 웃어 보이는 원소윤의 태도다. ‘찐따 서울대생’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고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래, 너희가 웃었다면 됐다’는 듯 후련한 얼굴을 하는 그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런 원소윤이 이번엔 장편 소설 작가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18일 출간된 책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는 그가 6년여에 걸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28일 만난 원소윤은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흥미로운 이야기란 생각에 시작한 책”이라며 “서늘한 유머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은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3대째 가톨릭인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나’에게는 세 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첫째 오빠가 있다. 매년 기일이 다가오면 넋을 놓는 듯한 엄마를 10살의 ‘나’는 걱정한다. 지진을 느낀 어느 날, 대학생이 된 ‘나’는 타워크레인 위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위험할까 봐 걱정한다. 도피처가 되어주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땐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가족을 잃어본 적 있는 이들은 또 다른 상실을 걱정하고 피하지 못한 이별 앞에 울다가, 웃을 계기를 놓치지 않으며 또 살아간다.
실제와 무관하다고 변명하기 바쁜 드라마·영화 시작 전 경고 표지와 달리 책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지명, 사건 등은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다”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나’의 이름도 원소윤이다. 원소윤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생각하게 하는 구성을 자신의 “악취미”라고 표현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면 오히려 실화겠다 싶지 않나요? (이번 소설은) 상상 이상으로 픽션(지어낸 이야기)이에요. 선을 긋고 싶었다면, 다른 이름을 썼어도 됐겠지만 전 ‘원소윤’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자연인 원소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재미있으시다면, 그렇게 읽어 달라”며 예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자신을 소재로 삼는 것에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원소윤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소재였다면 노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몇 가지 단어로 사람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어떨까. 챕터 사이사이에 실린 ‘오픈마이크 대본’ 속 사회자는 원소윤을 “서울대 출신”이라거나, “채식주의자”라거나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다. 원소윤은 “제가 제 입으로 얘기하기보다 그렇게 호명되는 일이 많다”며 “그렇다면 그 소재에 걸맞는 농담을 내가 들고 있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책의 제목처럼 원소윤은 ‘꽤 낙천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민음사의 박혜진 편집자가 제안한 책 제목에서 원소윤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꽤’라는 부사가 주는 냉소적인 느낌이다. 그는 “‘나’가 밝고 희망차고 기운 넘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그만의 낙천성을 ‘꽤’라는 단어가 잘 눌러 표현해 준다”고 했다. 평소 존경하던 정희진 여성학자에게 책의 추천사를 받은 것은 그가 이번 책으로 얻은 또 다른 기쁨이다.
원소윤은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빌 브라이슨, 움베르토 에코, 에마뉘엘 카레르, 박민규 작가 등의 책을 아낀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인 22살쯤부터였다.
“놀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사람도 돈도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전시 해설이나 시립 상담 단체에서의 활동가 일을 한 적도 있지만, 오래 다니지는 않았다. 글방에 나가 글을 쓰고 합평하는 일은 원소윤이 꾸준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과 글에 대한 애정을 살려 1년 반쯤 한 출판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코미디의 길에는 양다솔 작가가 연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을 신청하며 우연히 들어섰다. “이런 워크숍이 또 열리긴 어렵지 않겠나”는 생각에 신청해 본 강의였다. 2022년 말 수강생들끼리 진행한 첫 ‘오픈마이크’에 원소윤은 예수님과 부처님을 ‘성애적 관점’에서 비교하는 농담을 준비해 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도파민이 있더라고요. 죽음과 종교와 같은 금기를 건드리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제 정서에도 맞는다 싶었어요.”
원소윤은 “저는 지루한 것, 하기 싫은 일을 못 하는 편”이라며 “글 쓰는 일과 코미디는 앞으로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원소윤은 “신간이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쓰고 싶은 것’을 묻자 아이디어는 끝없이 나왔다. “<옐로 페이스>(R. F. 쿠앙)처럼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로맨틱 트래지디(비극)도 해보고 싶고, 지역 공연 순회기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는 친구와 함께 스탠드업 여성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도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는 일단 다음 달 30일·31일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여는 첫 단독 공연 ‘원 펀치(ONE PUNCH)’를 잘 마치는 것이 목표다. 양일간 80석이 이미 전석 매진됐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볼 때 <호밀밭의 파수꾼> 등 책 속 ‘툴툴대고 시니컬한’ 화자가 툭 튀어나와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을 받곤 한다고 했다. 관객들에게도 그런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가 또 무대에선 굉장히 위악적인 페르소나로 다크한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블랙 코미디로 ‘공연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전지적 독자 시점> 원작 소설과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의 미움을 받는 ‘독자’의 이야기. 개봉 이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가 휘말린 논란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런칭 예고편에서 원작에선 칼을 위주로 다루고 이순신의 가호를 받던 이지혜(지수)가 라이플총을 쓰는 장면이 나오자 원작 팬덤에서 분노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인 건 차라리 지엽적인 문제다. 정말 흉흉해진 건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자신의 반평생을 함께 하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이 유일한 독자였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의 엔딩에 대해 “이 소설은 최악입니다”라고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영화 속 설정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작가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에필로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라 담백하게 진심을 전하며 그 와중에도 ‘섣불리 꺼낸 말들이 작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려웠다’던 원작의 김독자는 어디에 있는가. 개봉을 앞두고 분노는 확산됐고, 언론은 ‘천만 시어머니’ 따위의 표현(뭔가를 참견하고 간섭하는 행위를 ‘시어머니’로 호명하는 행태는 대체 언제 사라질까)으로 이 갈등 상황을 전하고 즐기며 조회수를 챙겼다. 마치 원작에서 인간들의 다툼을 보고 낄낄대는 저열한 성좌들과 그에 기생하는 도깨비처럼. 성좌에게 휘둘리지 않는 김독자가 그러했듯, 원작 대 영화라는 만들어진 갈등에 집중하기보단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전독시>라는 이야기의 재미이며 사랑스러움인가. 그것이 미디어믹스의 방향에 대한 더 나은 논의이기도 하거니와, <전독시>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야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모든 미디어믹스가 그러하지만, <전독시> 영화화는 애초에 상당한 각색을 전제해야 하는 작업이다. 스토리와 세계관은 1부까지만 기준으로 삼아도 너무 방대하고, 극의 서술을 이끄는 건 주인공 김독자의 내레이션이며, 무엇보다 판타지 장르 웹소설의 여러 코드와 클리셰를 정말 클리셰로, 그럼에도 사랑스럽거나 미워할 수 없는 클리셰로 인지하는 메타적인 관점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많은 것을 들어내고, 갈아엎고, 바꾸어야 한다. 또한 그럼에도 무언가는 남겨둬야 한다. 영화 <전독시>에도 많은 것이 그대로 남았다. 김독자가 읽던 <멸살법>의 세계가 현실이 된다는 기본 설정도 그대로이며, 그가 소설에서 읽은 내용을 기반으로 이 세계를 헤쳐나간다는 것도 그대로이며, <멸살법>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과 김독자가 양대 주인공으로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그대로다. 만약 이 영화를 흔히 게임 판타지라 불리는 롤플레잉 게임과 현실을 결합한 판타지 장르물의 실사화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분명 원작의 중요한 것들을 대부분 남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전독시> 영화냐면 솔직히 회의적이다. 나에게 원작의 수많은 사건과 인물과 설정보다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좋았던 건 다음 구절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독자의 방식으로 싸운다.” 왜 그것이 영화에 담겨야 하느냐 묻는다면, 좋은 원작이 존중받아야 하는 건 원작이라서가 아니라 좋음 때문이라 답하겠다.
아마도 다수 원작팬들이 앞서 인용한 <멸살법> 작가에 대한 김독자의 상반된 행동에 대해 격하게 반응한 건, 김독자가 지닌 독자(讀者)로서의 정체성, 이야기를 좋아하고 귀하게 여기는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였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여러 각색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김독자의 변화다. 원작의 그는 당연하듯 누구보다 빨리 <멸살법>의 잔혹한 규칙을 내면화하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소설 속 설정들을 매우 계산적으로 활용해 생존한다. 반면 영화에선 앞으로 벌어질 주요 사건들에 대해 미리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정도이며, <멸살법>의 세계에서도 생존보단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에 더 의의를 둔다. 그가 <멸살법>의 작가에게 굳이 비판적 피드백을 남긴 것도 그래서다. 영화의 김독자는 <멸살법>이라는 세계와 심지어 원작에선 사이코패스로까지 표현되는 유중혁이라는 유아독존 주인공이 상징하는 각자도생의 세계관에 반대하고 대항하는 안티테제다. 나는 그가 더 인본주의적인 인물이 된 것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원작보다 더 도덕적이 된 김독자가 독자로서 어떤 싸움의 방식을 보여줄지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령 원작에선 존재조차 몰랐지만 뛰어난 가능성을 보고 김독자가 자신의 칼로 키워낸 정희원(나나)은 영화에선 자신처럼 조연 같은 인물이라 김독자가 소설에서 가장 응원했던 인물로 나온다. 그가 정희원을 도구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변화까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의 동료애와 응원만 강조하고 일체의 계산적 면모를 지워버리느라 갑자기 정희원의 능력이 개화하고 현란한 액션신을 선보이는 과정의 개연성은 휘발된다. 독자의 방식으로서의 싸움이, 그냥 알아서 성장한 소설 속 캐릭터에 대해 응원의 독백을 남기는 건 아닐 것이다.
원작 소설은 웹소설을 비롯해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실은 능동적인 행위이며 그것이 어쩌면 남과 다른 특별한 독자의 삶을 선사해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아 세상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연서와도 같았다. 소설에서 김독자는 웹소설이나 읽던 자신과 달리 레이먼드 카버나 한강을 읽고 외국어 공부에도 열심인 유상아(채수빈)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독자에겐 독자의 삶”이 있는 거라 반쯤 체념하고 납득한다. 반면 영화에서 유상아는 김독자와 비슷한 처지로 그려지며, 김독자가 지닌 마이너리티 정체성은 웹소설 독자가 아닌 착한 비정규직 청년으로 규정된다. 그의 정체성으로부터 ‘웹소설이나 좋아하는 나’에 대한 자기 비하와 자기애의 양가적 감정을 지워버렸을 때 역시 비슷한 감정으로 소설을 읽던 원작 독자들이 이입할 경로는 차단된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원작 팬덤이 불쾌할 이유는 꽤 충분하다고 본다. 그에 더해 영화는 김독자의 대의와 트라우마에 집중하느라 정작 그 오랜 시간 <멸살법>을 읽는 것을 그저 현실 도피의 수동적 행위로 격하한다. 원작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이 있던 충무로역에서의 그린존 시나리오는 영화에서 더더욱 노골적으로 <오징어게임>처럼 인간의 이기적인 생존 본능에 대해 비판한다. 왜 일부의 낙오를 전제한 룰을 당연스레 받아들이고,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모색하지 않는가. 이 질문을 극대화하기 위해 김독자는 왕따 시절 학교폭력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진이 붙인 싸움에서 다른 왕따 친구를 때렸던 트라우마에 허덕이고 동료들을 통해 구원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 속 유중혁을 부러워하는 삶, 그리고 그 삶을 혐오하는 삶. 다시 말해 영화 속 김독자는 읽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성장한다. 이젠 책으로 도피하는 대신 내가 원하는 결말을 위해 직접 싸우겠다고. 나는 이 모든 각색에 유의미한 야심과 선의가 있다 생각하고, 각자도생 대신 함께 연대하며 살아남자는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한다. 다만 상당히 기세등등한 엔딩 장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전망을 남겼는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가장 쓸데없다 말하던 일이 실은 조금도 쓸데없지 않더라는 그 역전과 자기 위안의 쾌감도, 독자의 방식으로 싸워 성장하는 개연성도 사라진 자리에 그저 당위만 덩그러니 남은 이 세계는 상당히 공허하고 심심하다. 무엇보다 이것을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 말해도 될까.
<위근우 칼럼니스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비중이 큰 펀드에 투자한 A씨는 최근 “나스닥 지수가 급등했는데 수익률이 저조하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나스닥 지수가 올랐으나 자신의 펀드 수익률이 낮은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A씨가 투자한 펀드는 시장지수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 ‘액티브 펀드’였다.
금감원은 28일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투자수익 지급과 산정 방법에 대한 민원이 늘고 있다”며 금융투자상품 주요 분쟁사례를 공개했다.
금감원은 A씨 사례의 경우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해외 액티브 펀드에 투자할 경우 수익률이 특정 지수의 수익률과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며 “투자전략과 종목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국내 증권사의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더라도 청약증거금 환차손 등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최근 투자자 B씨는 “청약 대행 서비스로 미국 주식 청약에 참여하고 거액의 청약증거금까지 납부했으나, 1주도 배정받지 못한 데다 비용도 부담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현지 기업공개(IPO) 중개사가 선정한 일부 고객에게는 공모주가 배정됐으며 투자 약관에 손실 가능성이 기재돼 있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금감원은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땐 공모주 배정 방식이 국내와 다르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해외채권을 투자할 땐 이자 지급일이 이자 발생일보다 늦을 수 있고, 특히 해외 공휴일 등이 포함될 경우 이자 지급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식투자 일임계약 시엔 해외 통화 기준으로 손실이 났더라도, 환차익으로 이익이 발생했다면 그에 따른 성과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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