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컴퓨터게임 ‘남산고도 완화’…신당9구역 재개발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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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7-28 07:16본문
송씨의 집은 언덕으로 길게 이어진 계단 중간쯤에 있다. 시멘트로 빚어 만든 계단 곳곳에는 배를 뒤집고 죽은 바퀴벌레가 널려 있었다. 무너진 지붕을 방수포 등으로 대충 덮어놓은 집에는 천장과 지붕 사이로 쥐가 돌아다녔다.
1960년대에 지어진 주택부터 비교적 양호한 다세대 빌라 건물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신당9구역은 주택 노후화 등으로 재개발이 시급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곳은 2005년 재개발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20년 가까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1972년부터 최고고도지구로 묶여 있어 건설사들에는 ‘매력이 없는’ 사업지였기 때문이다.
최고고도지구는 건축물 높이가 일정 수준까지 제한되는 구역이다. 서울에는 국회의사당 주변, 북한산 일대, 서초동 법원단지 등 8곳이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다. 몇년 전까지도 남산 일대에 들어서는 건물의 최고 높이는 36m 이하로 제한돼 있었다. 남산과 가까울수록 고도규제는 더 강해진다.
남산 산책길에 인접한 신당9구역은 재개발로 짓는 아파트 높이가 28m로 통제돼 있었다. 층수로 환산하면 7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을 늘리면 늘릴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져 사업성이 좋아진다. 7층 이하 아파트는 건설사들에는 매력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윤태권 신당9구역 재개발조합장은 “2022년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섰는데 4번이나 유찰이 됐다”고 말했다. 모든 조합원이 재개발 추진을 원해도 집을 지어주겠다는 건설사가 없으면 착공은 불가능하다. 이 구역의 총 조합원 수는 191명으로, 재개발 동의율은 93.1%에 달한다.
이 지역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서울시가 지난해 9월 ‘2030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남산 고도지구 높이를 완화하면서부터였다. 남산은 여전히 최고고도지구지만 높이 규제를 약간 풀어준 것이다.
28m였던 높이 제한은 45m로 완화됐다. 아파트를 최고 15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규제 철폐 3호로 높이규제지역의 종 상향 시 의무공공기여 비율도 기존 10%에서 0%로 낮췄다.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설치 비율은 그대로(10%) 적용받는다.
변화는 조합 사무실에 비치된 갑티슈와 종이컵 등에서도 보였다.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윤 조합장은 “현재 네댓 개 건설사가 찾아왔는데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오후 2시부터 신당9구역 일대를 돌아보며 주거현황 등을 살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제는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착공되고 입주가 이뤄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일 것”이라며 “정비사업의 전 과정에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길게는 21년까지도 걸리는 사업 기간을 1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비사업 책임관을 지정, 인허가 및 절차 기한 준수 여부 등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내 241곳(37만8000가구)의 정비사업 대상지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5곳(19만4000가구)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서울시는 내년 6월까지 총 219곳(31만2000가구)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18년을 기다려 온 꿈의 대결이 드디어 이뤄진다. 한화 류현진(38·위 사진)과 SSG 김광현(37·아래)이 역사적인 첫 맞대결을 벌인다. 우천 취소 등 다른 변수가 없다면 두 에이스는 26일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SSG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시대를 대표하는 두 좌완이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 시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이후 줄곧 국내 최고 자리를 지켰다. 1년 뒤인 2007년 데뷔한 김광현은 그해 한국시리즈 4차전 8.1이닝 무실점 깜짝 호투를 시작으로 SK(현 SSG) 왕조 시대를 열어젖혔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그가 손에 낀 우승 반지만 5개다.
대표팀에서도 류현진과 김광현은 마운드 중추로 활약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김광현이 준결승, 류현진이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나가 우승을 이끌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둘의 맞대결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010년 5월23일 한화와 SK(현 SSG)가 류현진과 김광현을 각각 선발로 예고하면서 세기의 대결이 성사되는가 싶었지만 폭우로 경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둘은 마주하지 못했다. 김광현이 2019년 12월 내셔널리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면서 빅리그에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열렸지만, 불과 나흘 뒤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 토론토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김광현이 빅리그에서 뛴 2020~2021년 세인트루이스와 토론토의 맞대결 자체가 없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첫 맞대결에 대한 리그의 기대는 크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지금도 둘은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구위는 당연히 전성기만 못하지만 그만큼 경험치가 쌓였다. 올 시즌 류현진이 6승4패 평균자책 3.07, 김광현이 5승7패 평균자책 4.01을 기록 중이다. 최근 컨디션도 좋다. 지난 20일 나란히 선발 등판해 류현진이 KT 상대로 5이닝 무실점, 김광현이 두산 상대로 6이닝 1실점 호투했다.
류현진은 지난 20일 승리 후 김광현과의 맞대결에 대해 “상대 타자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김광현을 신경 쓰다 보면 나도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김광현은 23일 “(류)현진이 형이 신경 안 쓰겠다고 했지만 분명히 신경을 쓸 거다. 둘 다 잘해서 0 대 0으로 승부를 못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말처럼 일단 신경 써야 할 상대는 타자들이다. 둘 다 올해 유독 상대전적이 좋지 않다. 류현진은 SSG 상대로 3차례 등판해 1승2패에 평균자책 4.73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한화 상대 2경기에서 평균자책 4.91, 승리 없이 2패만 안았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류현진, 김광현과 견줄 만할 투수는 많지 않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이 사상 첫 맞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남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 만남 자체로 의미가 크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바에서 로데오 복장에 카우보이모자를 쓴 두 남성이 맥주잔을 부딪치며 ‘고추장 치킨 윙’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우리가 정말 해냈구나!’ 탄성이 절로 났어요.”
유독 이 답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이유는 ‘우리’라는 단어 선택 때문이었다.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의 전통 장(醬)을 연구하는 스페인 출신의 자우마 비에르네즈 셰프와 e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세계 미식의 최전선에서 K푸드라는 스타 탄생을 목도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2012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한국 요리는 지금처럼 해외에서 대중적이지 않았기에 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셰프로서 한국 음식의 강렬한 풍미, 특히 한식의 뼈대를 이루는 ‘장’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문화 개발로 잘 알려진 스페인 알리시아 요리과학연구소 수석 셰프였던 그는 2012년 샘표로부터 한국 전통 장에 관한 공동 연구를 제안받았다. 그는 발효를 통해 자연스럽고 강력한 감칠맛을 내는 장에서 유럽 요리의 복잡한 조리 과정을 단번에 넘어서는 “마법 같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시 그를 사로잡은 건 이른바 4세대 자연재료 조미료 ‘연두’였다. 그는 “전통 장은 아니지만 콩 발효를 바탕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두가 순식물성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식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키가 될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제가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샘표가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장의 본질과 철학을 존중하면서도 전 세계인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접근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샘표 박진선 대표님의 글로벌 시각과 리더십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진심 어린 문화 교류이자 혁신적인 식문화 제안임을 확신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진정성과 실행력에 감동을 받아 뉴욕에서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장과 연두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2018년 문을 연 뉴욕의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에서 그는 한국의 장을 각국의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셰프, 미식 바이어, 음식 애호가(푸디), 기자뿐만 아니라 인문학자, 조리과학자 등 요리와 식문화를 둘러싼 각계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만큼 글로벌 식문화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한국은 K팝, K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자연스럽게 음식문화로 확산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김치, 떡볶이, 라면 같은 특정 아이템에 관한 관심이 컸다면, 최근에는 반찬 문화나 백반 스타일처럼 한식 고유의 식문화와 건강함에 대한 이해와 호감(열광)이 훨씬 깊어졌습니다.”
한국 밥상에 자주 등장하는 채소 위주의 다양한 반찬 문화를 가능케 하는 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었다고 한다. 비에르네즈 셰프는 “현지인들은 콩 발효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장으로 김치, 나물류와 같은 식물성 식재료를 다채롭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 글로벌 미식 트렌드의 중심 키워드인 ‘비건’ ‘플렉시테리언’ 식단과도 부합한다.
“최근에는 뉴욕에 있는 한국 식당의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의 저녁 식사나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자리에서 ‘한식’을 선택하는 모습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유튜버, 푸디 계정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요.”
얼마 전 영화 홍보차 내한한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이 “아침으로 7가지 김치를 먹었다”고 밝히는 등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과 인기가 높다. 하와이의 푸드트럭에서는 현지인이 만든 ‘김치 타코’를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는 낯설지만 즐거운 변화다.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가 ‘낯선 발효 음식’에서 점차 ‘건강하고 힙한 재료’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뉴욕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에서 김치를 새로운 요리 재료로서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김치 토스트, 김치 파스타, 김치 타코처럼 김치를 재료로 한 퓨전 요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비에르네즈 셰프는 김치의 매력으로 “처음 담갔을 때의 신선한 맛과 시간이 지나 숙성되면서 변화하는 풍미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하나의 음식을 시간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발효의 묘미’가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추뿐만 아니라 콜라비, 양배추, 오이 등으로 만드는 김치가 세계의 식문화에 스며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샘표는 김치 문화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김치앳홈(KIMCHI@HOME)’ 키트를 출시했다. 그는 “제철 채소만 있으면 누구나 10분 만에 자신만의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간편한 솔루션”이라며 “김치를 ‘복잡한 전통음식’이 아닌 ‘개인화된 발효 경험’으로 재해석하게 함으로써 한식의 즐거움을 전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요즘 현지 호텔 조식 뷔페에서 케첩이나 머스터드 옆에 자연스럽게 고추장이 놓인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만큼 고추장이 현지에서 일상적인 소스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죠. 거리 곳곳에서도 한식 퓨전 요리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멕시칸 푸드트럭에서는 고추장 소스를 얹은 ‘K타코’가 인기 메뉴로 꼽히고, 프렌치-코리안 퓨전 레스토랑도 줄을 설 만큼 호응이 큽니다.”
2012년 한국 첫 방문 때한식 강렬한 풍미에 반해뼈대 되는 ‘장’ 깊은 감명
서양 입맛도 사로잡고파13년째 레시피 연구 몰두K발효소스가 품은 힘식문화에 긍정 영향 확신
라스베이거스 바에서 본카우보이모자 쓴 남성‘고추장 치킨’ 뜯는 모습“우리가 해냈구나” 탄성
특히 인기 있는 건 한국의 매운맛이다. 그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도전 정신’이나 ‘강한 자극’이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되며 한국 음식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큰 성과”라고 인정했다. “한식 양념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그 관심이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문화로 이어지려면 ‘맛의 깊이’와 ‘조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매운맛은 단순히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고추장처럼 단맛, 짠맛, 감칠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맛있는 매운맛’이라는 점을 함께 전달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매운맛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매운맛은 단순히 맵기의 강도가 아닌 맛의 균형과 풍부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맛있는 매운맛’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성취 중 하나는 샘표와 함께 개발한 고추장이다. 여러 차례 레시피 테스트를 거쳐 정통 고추장을 서양인의 입맛에 맞도록 조정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탄생한 글루텐프리 ‘유기농 고추장’은 감칠맛은 높이면서도 짠맛은 낮추고, 매운맛은 부드럽게 조절해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 많은 해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유수의 박람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즉각적인 자극’이나 ‘강렬한 풍미’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있었고, 특히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의 영향으로 더 심화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는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지속 가능한 식생활’ ‘저염·저당 조리법’ ‘식물성 중심의 요리’로 회귀하려는 흐름이 점차 강해지고 있어요.” 그는 ‘강한 맛’보다는 ‘균형 잡힌 맛’, 그리고 ‘단기적 자극’보다는 ‘오래 지속되는 감칠맛’과 ‘몸이 기억하는 편안한 맛’을 지향해야 한다며 발효 장류를 중심으로 한 조리법을 추천하고 있다. “된장, 간장, 고추장, 연두 같은 한국의 장은 감칠맛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면서도, 짜거나 맵지 않게 요리의 깊이를 더해주는 매우 지혜로운 재료”라는 그의 지론은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맨해튼의 독립매장 50곳에 지하철로 연두를 직접 배송하던 초창기를 지나 지금은 홀푸즈, 크로거, HEB, Chefs’ Warehouse, Albertsons 등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식료품 체인까지 유통망을 넓혔다. 그는 “다수의 미국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연두와 샘표 제품을 사용한다”며 “동료 셰프들의 요리 세계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양념은 요리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는 ‘얼마나 많이’ 넣느냐보다 ‘어떻게, 언제, 얼마나’ 넣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재료마다 가장 맛있는 시기를 알고 전통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혁신 포인트를 가진 장과 소스를 고르는 감각이 요리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는 게 동서양의 맛을 섭렵한 베테랑 셰프의 조언이다. ‘장을 잘 쓰는’ 그가 즐기는 한식은 쌈이다. “쌈은 단순한 채소 요리가 아니라 밥, 단백질, 채소 그리고 양념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입안 속의 작은 비빔밥 같은 느낌이죠. 특히 그 안에 들어가는 고추장이나 쌈장 같은 양념이 ‘맛의 킥’을 주면서 각 재료의 개성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상추나 깻잎, 케일 같은 채소에 밥, 구운 두부나 고기 그리고 고추장 한 스푼만 얹어도 한 입안에서 조화롭고도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무엇보다 간편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아서 누구에게 추천해도 반응이 좋은 아주 매력적인 한식 스타일입니다.”
* <전지적 독자 시점> 원작 소설과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의 미움을 받는 ‘독자’의 이야기. 개봉 이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가 휘말린 논란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런칭 예고편에서 원작에선 칼을 위주로 다루고 이순신의 가호를 받던 이지혜(지수)가 라이플총을 쓰는 장면이 나오자 원작 팬덤에서 분노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인 건 차라리 지엽적인 문제다. 정말 흉흉해진 건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자신의 반평생을 함께 하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이 유일한 독자였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의 엔딩에 대해 “이 소설은 최악입니다”라고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영화 속 설정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작가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에필로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라 담백하게 진심을 전하며 그 와중에도 ‘섣불리 꺼낸 말들이 작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려웠다’던 원작의 김독자는 어디에 있는가. 개봉을 앞두고 분노는 확산됐고, 언론은 ‘천만 시어머니’ 따위의 표현(뭔가를 참견하고 간섭하는 행위를 ‘시어머니’로 호명하는 행태는 대체 언제 사라질까)으로 이 갈등 상황을 전하고 즐기며 조회수를 챙겼다. 마치 원작에서 인간들의 다툼을 보고 낄낄대는 저열한 성좌들과 그에 기생하는 도깨비처럼. 성좌에게 휘둘리지 않는 김독자가 그러했듯, 원작 대 영화라는 만들어진 갈등에 집중하기보단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전독시>라는 이야기의 재미이며 사랑스러움인가. 그것이 미디어믹스의 방향에 대한 더 나은 논의이기도 하거니와, <전독시>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야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모든 미디어믹스가 그러하지만, <전독시> 영화화는 애초에 상당한 각색을 전제해야 하는 작업이다. 스토리와 세계관은 1부까지만 기준으로 삼아도 너무 방대하고, 극의 서술을 이끄는 건 주인공 김독자의 내레이션이며, 무엇보다 판타지 장르 웹소설의 여러 코드와 클리셰를 정말 클리셰로, 그럼에도 사랑스럽거나 미워할 수 없는 클리셰로 인지하는 메타적인 관점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많은 것을 들어내고, 갈아엎고, 바꾸어야 한다. 또한 그럼에도 무언가는 남겨둬야 한다. 영화 <전독시>에도 많은 것이 그대로 남았다. 김독자가 읽던 <멸살법>의 세계가 현실이 된다는 기본 설정도 그대로이며, 그가 소설에서 읽은 내용을 기반으로 이 세계를 헤쳐나간다는 것도 그대로이며, <멸살법>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과 김독자가 양대 주인공으로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그대로다. 만약 이 영화를 흔히 게임 판타지라 불리는 롤플레잉 게임과 현실을 결합한 판타지 장르물의 실사화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분명 원작의 중요한 것들을 대부분 남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전독시> 영화냐면 솔직히 회의적이다. 나에게 원작의 수많은 사건과 인물과 설정보다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좋았던 건 다음 구절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독자의 방식으로 싸운다.” 왜 그것이 영화에 담겨야 하느냐 묻는다면, 좋은 원작이 존중받아야 하는 건 원작이라서가 아니라 좋음 때문이라 답하겠다.
아마도 다수 원작팬들이 앞서 인용한 <멸살법> 작가에 대한 김독자의 상반된 행동에 대해 격하게 반응한 건, 김독자가 지닌 독자(讀者)로서의 정체성, 이야기를 좋아하고 귀하게 여기는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였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여러 각색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김독자의 변화다. 원작의 그는 당연하듯 누구보다 빨리 <멸살법>의 잔혹한 규칙을 내면화하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소설 속 설정들을 매우 계산적으로 활용해 생존한다. 반면 영화에선 앞으로 벌어질 주요 사건들에 대해 미리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정도이며, <멸살법>의 세계에서도 생존보단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에 더 의의를 둔다. 그가 <멸살법>의 작가에게 굳이 비판적 피드백을 남긴 것도 그래서다. 영화의 김독자는 <멸살법>이라는 세계와 심지어 원작에선 사이코패스로까지 표현되는 유중혁이라는 유아독존 주인공이 상징하는 각자도생의 세계관에 반대하고 대항하는 안티테제다. 나는 그가 더 인본주의적인 인물이 된 것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원작보다 더 도덕적이 된 김독자가 독자로서 어떤 싸움의 방식을 보여줄지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령 원작에선 존재조차 몰랐지만 뛰어난 가능성을 보고 김독자가 자신의 칼로 키워낸 정희원(나나)은 영화에선 자신처럼 조연 같은 인물이라 김독자가 소설에서 가장 응원했던 인물로 나온다. 그가 정희원을 도구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변화까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의 동료애와 응원만 강조하고 일체의 계산적 면모를 지워버리느라 갑자기 정희원의 능력이 개화하고 현란한 액션신을 선보이는 과정의 개연성은 휘발된다. 독자의 방식으로서의 싸움이, 그냥 알아서 성장한 소설 속 캐릭터에 대해 응원의 독백을 남기는 건 아닐 것이다.
원작 소설은 웹소설을 비롯해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실은 능동적인 행위이며 그것이 어쩌면 남과 다른 특별한 독자의 삶을 선사해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아 세상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연서와도 같았다. 소설에서 김독자는 웹소설이나 읽던 자신과 달리 레이먼드 카버나 한강을 읽고 외국어 공부에도 열심인 유상아(채수빈)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독자에겐 독자의 삶”이 있는 거라 반쯤 체념하고 납득한다. 반면 영화에서 유상아는 김독자와 비슷한 처지로 그려지며, 김독자가 지닌 마이너리티 정체성은 웹소설 독자가 아닌 착한 비정규직 청년으로 규정된다. 그의 정체성으로부터 ‘웹소설이나 좋아하는 나’에 대한 자기 비하와 자기애의 양가적 감정을 지워버렸을 때 역시 비슷한 감정으로 소설을 읽던 원작 독자들이 이입할 경로는 차단된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원작 팬덤이 불쾌할 이유는 꽤 충분하다고 본다. 그에 더해 영화는 김독자의 대의와 트라우마에 집중하느라 정작 그 오랜 시간 <멸살법>을 읽는 것을 그저 현실 도피의 수동적 행위로 격하한다. 원작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이 있던 충무로역에서의 그린존 시나리오는 영화에서 더더욱 노골적으로 <오징어게임>처럼 인간의 이기적인 생존 본능에 대해 비판한다. 왜 일부의 낙오를 전제한 룰을 당연스레 받아들이고,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모색하지 않는가. 이 질문을 극대화하기 위해 김독자는 왕따 시절 학교폭력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진이 붙인 싸움에서 다른 왕따 친구를 때렸던 트라우마에 허덕이고 동료들을 통해 구원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 속 유중혁을 부러워하는 삶, 그리고 그 삶을 혐오하는 삶. 다시 말해 영화 속 김독자는 읽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성장한다. 이젠 책으로 도피하는 대신 내가 원하는 결말을 위해 직접 싸우겠다고. 나는 이 모든 각색에 유의미한 야심과 선의가 있다 생각하고, 각자도생 대신 함께 연대하며 살아남자는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한다. 다만 상당히 기세등등한 엔딩 장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전망을 남겼는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가장 쓸데없다 말하던 일이 실은 조금도 쓸데없지 않더라는 그 역전과 자기 위안의 쾌감도, 독자의 방식으로 싸워 성장하는 개연성도 사라진 자리에 그저 당위만 덩그러니 남은 이 세계는 상당히 공허하고 심심하다. 무엇보다 이것을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 말해도 될까.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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