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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늦추면 노년층 경제 불안정 심화···저소득층은 저임금 노동 내몰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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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7-0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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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정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제기되는 ‘기초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이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특히 저소득 노인을 저임금·불안정 노동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6일 최근 개최된 제10회 국민노후보장패널 학술대회에서 호서대 사회복지학부 김성욱 부교수가 ‘기초연금 수급연령 상향과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정성 간 관계’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는 국민연금연구원이 작성하는 ‘국민노후보장패널 데이터’를 활용, 현행 65세인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1년에서 4년까지 늦추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이것이 노인 가구의 경제적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1년만 늦춰도 정책의 직접 영향 대상인 66세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16.9%(경상소득 기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성은 수급연령을 4년 상향하면 64.3%까지 치솟았다. 이는 연금 수급 지연이 고령층의 소득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런 정책 변화가 저소득층에 충격을 집중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수급연령을 4년 상향할 경우 경제적 불안정성이 약 46% 증가했지만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변화가 없었다. 기초연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수급연령 상향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는 셈이다.
연구는 또 수급연령 상향이 노인을 ‘비자발적 노동’으로 내모는 기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기초연금 축소로 생계가 어려워지면 노인은 다시 노동시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저숙련의 불안정한 2차 노동시장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는 결국 이런 방식의 기초연금 개혁은 고령층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불안정한 노년층이 경제적으로 겨우 버티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는 노인 세대를 ‘가족이 부양하면 된다’는 통념에도 제동을 걸었다. 연구에 따르면 자녀 등이 제공하는 사적 이전소득은 노인의 취업률을 낮추는 효과(구축효과)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초연금이 삭감돼도 가족의 지원이 더 늘어나는 보완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급연령 상향으로 삭감되는 평균 연금액은 노인들이 받는 평균 사적 이전소득보다 1.3∼1.5배 큰 것으로 확인돼 가족 부양만으로는 공적 지원의 공백을 메울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욱 부교수는 “기초연금 수급연령 상향은 단순한 재정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고령층의 생계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정책 개입”이라며 “개혁 논의 시 재정적 측면과 동시에 이에 따라 발생하는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정성 심화와 불평등 확대 문제를 반드시 고려하고 정교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판사들의 대표회의체인 전국법관회의(법관회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판결 등으로 촉발된 논란을 30일 논의했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사법신뢰, 재판 독립 등 주요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법관회의는 이날 “회의에서 5개 의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으나 법관대표 간 의견이 갈리면서 어느 안건도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법관대표 126명 중 90명이 참석했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총 5개인데 의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 대통령 상고심 판결에 대한 유감 표명’ ‘정치권의 재판 독립 침해 행위 규탄’ 등이다. ‘법관회의는 이번 대법원판결로 초래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공정 재판을 위해 노력한다’는 안건은 가장 많은 찬성표(29명)를 받았으나 의결 정족수(46명)에 한참 못 미쳤다. 반대가 57명이나 나왔다. ‘재판독립 침해 가능성에 깊이 우려한다’는 안건은 가장 적은 찬성표(14명)를 받았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사법 신뢰·재판독립 침해 우려에 대해 의견표명이 필요하다고 본 법관대표들과, 진행 중인 사건의 판결에 대한 법관들의 집단적인 의견 표명은 자제해야 한다는 법관대표 간 의견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관회의는 21대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6일 1차 임시회를 열었는데 “법관회의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결론없이 마쳤다. 이어 대선을 마치고 열린 이날 회의에서도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법관회의에서 안건이 가결되고 입장을 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일찌감치 나왔다. 회의 소집 계기가 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법관회의가 특정한 견해를 밝히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정치권이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에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도 안건 부결에 영향을 미친 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판결 이후 발생한 논란들이 법관회의를 열 만큼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인지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일부 판사는 “즉각 법관회의를 열어 조희대 대법원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게시했으나, 법관회의가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회의 개최를 강행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회의가 사법 제도가 아닌 법원 판결에 대해, 그것도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회의를 연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뚜렷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법관회의에서는 ‘재판제도 분과위원회’와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가 새로 구성됐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분과 소관 사항에 대해 자체적으로 후속 논의를 해 오는 12월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사법 행정과 법관 독립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를 계획 중인 직장인 10명 중 8명은 국내 여행지를 선호하며 1인당 평균 53만5000원을 휴가비로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81.6%)는 ‘여름 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답했고 그중 83.5%는 국내 여행을 선호했다. 일정은 ‘2박3일’(38.9%)이 가장 많았다. 이어 ‘3박4일’(22.7%), ‘1박2일(21.3%) 순이었다. ‘미니 휴가’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4박5일’ 답변은 8.6% ‘5박6일’ 답변은 4.3% ,‘6박7일 이상’ 답변은 2.9%에 그쳤다.
선호 여행지는 강원권(34.9%)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경상권(27.9%), 제주(22.4%)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을 계획한 직장인은 일본(50.9%)과 동남아시아(45.4%)를 주로 택했다.
1인당 휴가비는 지난해(48만9000원)보다 9.4% 증가한 평균 53만5000원을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휴가비는 지역별 격차가 뚜렸했는데, 서울지역 직장인은 1인당 휴가비로 77만6000원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전남지역 직장인은 39만3000원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지출 예상액(66만6000원)이 가장 높았고, 이어 20대(52만7000원), 40대(49만4000원), 50대(44만6000원) 순이었다.
휴가 활동에 대해서는 절반(49.3%)이 ‘휴식·자연 풍경 감상’을 꼽았고, ‘맛집 탐방’(21.0%), ‘관광’(20.2%)이 뒤를 이었다. ‘액티비티’(8.3%)를 꼽은 응답자는 적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인당 평균 휴가비를 감안할 때 전국 직장인 약 2000만 명 중 절반만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가정해도 약 1조원 이상의 소비가 단기간에 발생한다”면서 “이는 숙박업, 외식업, 관광산업 등 다양한 업종에 직접적인 소비 연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이 여름휴가시 희망하는 지원으로는 ‘숙박권 할인’(50.8%)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혜택 확대’(36.5%),‘교통비 할인(KTX 등)’(35.8%) 등 ‘체감형 혜택’이 주를 이뤘다.
여름휴가와 관련한 정부 정책 중 개선할 점으로는 ‘형식적인 캠페인·이벤트 중심’(23.3%), ‘사용처 제한이 많은 쿠폰’(18.4%), ‘실질 금액이 적은 할인’(18%) 등의 지적이 많이 나왔다.
대한상의 김민석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여름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숙박, 교통, 외식, 관광, 쇼핑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소비 연쇄효과’ 시기로 직장인이 전국 각지로 움직이는 그 자체가 내수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면서 “최근 정부에서 적극적인 추경 계획을 밝힌 만큼 숙박권 할인·지역상품권 등 실질 지원 정책을 통해 휴가철 소비를 내수활성화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29일로 30주기를 맞이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가족들은 아직도 추모 표지석 설치를 요구한다. 추모 표지석이 없어서가 아니다. 추모 표지석이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내린 자리에는 지금 주상복합 건물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서 있다. 삼풍백화점 추모 표지석은 여기에서 4㎞가량 떨어진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숲에 자리하고 있다.
유족들은 참사현장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자리에 추모석을 세우자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유족들이 표지석 설치를 요구하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인근 노을공원(구 난지도매립지 터)이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1995년에는 서울에서 나온 모든 쓰레기가 난지도 매립장에 묻혔다. 삼품백화점 건물의 잔해도 여느 폐기물들처럼 난지도로 향했다. 건물 잔해를 치우기 시작할 때까지 가족의 유해를 찾지 못했던 유족들은 난지도로 따라갔고 일부는 이내 쓰레기 더미에서 가족을 찾아냈다. 일부 희생자들의 유해는 그렇게 매립지에서 수습됐다.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한 미수습자 유족은 그래서 지금은 노을공원이 된 난지도매립장 터를 찾는다. 이곳 어딘가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미수습자 유족들은 노을공원에서 공터를 향해 절을 올린다.
유족들을 지원하며 표지석 설치 캠페인을 진행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이하 우리함께)의 활동가 김정숙, 장은하씨를 지난 26일 서울 중구의 우리함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노을공원 이야기를 유족들에게 듣고 캠페인 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센터는 최근까지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들의 구술 기록활동을 진행해왔다. 김씨는 “(희생자 유족이) 과일이랑 술을 챙겨서 난지도(노을공원)에 가셔서 절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활동가들은 추모의 상징물이 단순히 조형물로서의 의미만 갖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장씨는 “추모와 기억은 희생자들의 권리이자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그러나 그간 참사는 국가에 의해 추모와 기억 대신 빠른 수습과 처리의 대상으로 다뤄져 왔다”고 말했다. 참사를 기억하게 하는 추모공간 설치 등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리고, 이내 이것이 기피시설처럼 여겨졌다. 참사 현장에 위령탑이 들어서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활동가들은 기억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고도 했다. 센터의 가장 큰 목표는 피해자들이 참사 발생 이후 ‘배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는 점을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참사 초기부터 피해자들이 정보 접근에서 배제되고, 참사 이후 주요 의사결정권에서 배제되는 과정이 반복돼왔다”며 그걸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는 2024년 9개의 참사 유가족들이 모인 재난피해자연대가 주축이 돼 4·16재단의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최근에는 지난 5월28일 발생한 서울 종로구 세운대림상가 화재 피해자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재난피해자 권리 안내서’를 발간했다.
센터는 유족과 함께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 표지석 설립 서명은 목표치인 6290개가 모일 때까지 ‘빠띠 캠페인즈’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의 한 의료진은 가자지구의 현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주 병원에서는 두 갱단과 하마스가 뒤얽힌 총격이 한바탕 벌어졌다. 구호물자 수송대에서 약탈한 밀가루 수백 자루를 차지하지 위해 두 갱단이 난투를 벌이다 부상당한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갱단원이 병원으로 들이닥처 총격전을 벌인 것이다. 이어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내무부 병력까지 무력 충돌에 가세했다. 이들의 머리 위로는 이스라엘 무인기(드론)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의료진은 “이곳에선 갱단끼리 싸우고, 이스라엘군이 공습이나 총격을 가하고, 하마스도 여전히 남아있다”며 “그 사이에서 절망적인 사람들은 잿더미 위에 불을 피워 음식을 해먹고, 텐트에서 지내며 굶주리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가 다양한 무장조직, 지역 가문과 씨족들이 만든 수십개의 민병대, 범죄 조직들이 활개를 치며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은 전과자 야세르 아부 샤바브가 운영하는 인민부대(Popular forces)다. 하마스의 대항 세력으로 이스라엘군이 지원하고 있는 이 조직은 가자 남부의 라파 동부 및 완충지대를 통제하며 하마스와 충돌하고 있다. 이들은 밀가루 등 구호품을 압수하거나 난민구호기관 창고를 약탈하기도 한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이 민병대의 총격으로 사망한 민간인들도 있다.
가자지구 중남부에선 유력 가문들과 씨족들이 민병대를 조직해 지역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하마스가 여전히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후죽순 등장한 무장세력과 민병대 등은 가자지구의 제한된 구호품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인다. 이스라엘이 11주 동안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약 230만명 가자지구 주민 전체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이같은 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처음 가자인도주의재단(GHF)가 문을 연 이후 매일같이 굶주린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하려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후 최소 583명이 사망하고 4186명이 부상했다고 이날 알자지라가 전했다.
출범부터 논란이 많았던 미국·이스라엘 주도의 GHF가 무질서와 폭력을 낳도록 설계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GHF는 가자지구의 구호품 배급 장소를 기존 400곳에서 단 4곳으로 줄였다. 남부에 세 곳, 중부에 한 곳으로 가자 북부에는 배급소가 아예 없다. 이를 위해 굶주린 주민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무장한 이스라엘군이 있는 전투 지역을 수킬로미터 걸어가며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남부에 집중된 배급소가 가자주민의 강제 이주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힘들게 배급소에 도착해도 먹을 것을 구한다는 보장은 없다. 배급소가 문을 여는 시간은 일정치 않으며, 예고없이 배급소 문을 닫는 일도 있다.
배급소에 몰려든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질서 있게 구호품을 배분하기 위한 통제 장치는 없다. 유일한 통제 수단은 총격 뿐이다. 하레츠는 익명의 이스라엘군의 말을 인용,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에 대한 발포를 명령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병사는 “이곳은 살인 현장(killing field)”이라며 “군중 통제 조치도, 최루탄도 없다. 중기관총, 박격포 등으로 실탄 사격을 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고위 장교는 “십 대 청소년이 트럭에서 쌀 한 포대를 끄집어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다. 우리가 포격을 가하는 대상은 그런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압사와 총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호 상자를 손에 넣어도 약탈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구호물자가 가장 귀한 자산이 됐다. 총이 있고, 구호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돈과 권력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런 구조가 많은 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5㎏ 밀가루 한 자루가 최대 500달러(약 6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대표는 GHF 시스템을 두고 “죽음의 함정” “헝거게임”이라고 비판해왔다. “종말 이후 세상(포스트 아포칼립스)”은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수식하기 위해 더해진 가장 최근의 수식어다.
정치분석가 와디 아와우드는 가자지구에 난립하는 무장세력의 출현을 두고 이스라엘의 “분열 통치 전략”이라고 말했다. 가지지구 주민 헬미는 “하마스에 도전하는 대안적 무장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내부의 질서가 붕괴되고 무장 단체들이 구호품과 물자를 통제하면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레츠에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출신 작가 타크와 아흐메드 알아위는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헝거 게임’ 형태로 구호품 분배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배고픔은 육체를 약화시길 뿐 아니라 영혼까지 시험한다. 신뢰와 연대를 훼손하고 기본적인 본능만 남게 된다”며 “혼란과 무질서를 야기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서로 싸우게 하고 사회 질서와 연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고안된 조직적 함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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